중국과 잡학/유머와 잡설

좌회전과 우회전

중은우시 2008. 7. 14. 20:06

 

좌회전과 우회전을 표현하는 방법이 독특한 중국의 두 도시가 있다.

 

하나는 북경이고, 다른 하나는 상해이다.

 

북경사람들은 길을 가르쳐줄 때, '동쪽으로 가라', '서쪽으로 가라' '동쪽으로 가다가, 사거리가 나오면 북쪽으로 꺽어져라'는 것과 같이 좌우전후가 아니라, 동서남북을 기준으로 길을 알려주는 경우가 많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북경은 계획도시여서 거의 대부분의 길이 동서 아니면 남북으로 나있어, 동서남북이라고 하여도 문제되지 않는 것이다. 

 

전후좌우는 본인을 중심으로 한 주관적인 것임에 비하여, 동서남북은 객관적인 것이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경우나 같은 방향을 보지 않는 경우에 좌우로 표현하게 되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에게 서로 다른 방향일 수 있지만, 동서남북이라고 얘기하면 대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곳을 가리키게 된다. 예를 들어, 국가지도자가 우리 오른쪽으로 갑시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서 있는 장소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동쪽으로 갑시다라고 하게 되면 모든 사람은 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아마도 이런 점이 북경을 중국의 수도로 만드는 요인이 아닐까? 아니면 북경이 중국의 수도이기 때문에 이렇게 습관지어진 것이 아닐까?

 

그리고, 시각적으로 보자면 전후좌우는 지표면과 같은 높이에서 바라보는 것이지만, 동서남북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이다. 북경 사람들에게는 같은 눈높이에서 사물을 바라보지 않고, 듣는 사람보다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북경사람들의 특징이 잘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전국을 다스리다보니, 다른 지방사람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층 높은 곳에서 사물을 내려다보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이해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 누가 듣더라도 동일하게 이해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것은 북경이 정치중심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한편, 상해사람들은 좌회전과 우회전을 '크게 돌아라' '작게 돌아라'고 말한다. 좌회전을 하기 위해서는 커브를 크게 틀어야 하는 것이고, 우회전을 하기 위해서는 커브를 작게 그려도 된다는 것이다.

 

좌회전 우회전이 비계량적인 것이라면, 크게 돌아라, 작게 돌아라는 계량적인 것이다. 좌회전 우회전에서마저도 그것이 많이 가야 하는 것인지, 작게 가도 되는 것인지를 따지는 것이 상해사람이다. 크게 돌면 거리가 길어서 당연히 기름값이 많이 들 것이고, 택시비도 많이 나올 것이다. 작게 돌면 당연히 거리가 짧으니 기름값도 적게 들 것이고, 택시비도 적게 나올 것이다. 상해사람들은 이때마저도 마음 속으로 기름소모량과 택시비를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 상해는 경제중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