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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공통)

중국역대의 공처가

by 중은우시 2008. 6. 5.

글: 창랑(滄浪)

 

전국시대에 오자서(伍子胥)는 전제(專諸)가 여러 사람과 싸우려고 하는 참에 부인이 나와서 그를 부르자, 바로 순순히 따라서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오자서는 아주 기이하게 생각하였다. 만부막당(萬夫莫當)의 대협객이 어찌 여자 하나를 무서워한단 말인가? 그래서 바로 쫓아가서 그에게 물어보았다. 전제는 이렇게 말했다: 한 여인의 손아래 몸을 굽힐 수 있는 사람은 반드시 만사람의 위에 몸을 펼 수 있다. 나중에 전제는 오자서에 의해 오공자광(나중의 합려)에게 추천되고, 어장검(魚腸劍)으로 오왕 료를 암살하고, 그 자신은 그 자리에서 피살된다.

 

수문제(隋文帝) 양견(楊堅)의 황후 독고씨는 14살때 양견에게 시집을 왔고, 생사를 함께 하기로 맹서했다. 독고씨는 총명하고 어질었으며, 고금에 통달했다. 역사상 드물게 보는 여성 정치천재였다. 그녀는 양견을 도와 황위를 얻는데 큰 공로를 세운다. 그리고 양견과 함께 "이성(二聖, 두 성인)"으로 칭해진다. 그런데, 그녀는 질투심이 강해서, 역시 고금에 드물 정도였다. 반란을 일으킨 위지형에게는 아주 예쁜 손녀가 있었는데, 양견이 몰래 그녀를 안았다. 독고씨는 양견이 조회에 참석한 틈을 타서 칼로 이 예쁜 소녀를 죽여버린다. 양견은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해서, 홀로 말을 타고는 어화원을 빠져나와 황산(荒山)으로 삼십여리를 달려갔다. 대신들이 부리나케 쫓아와서 길을 막고 되돌아갈 것을 권했다. 양견은 탄식하며 말하기를 "나는 천자가 되어가지고도 자유가 없구나!"라고 하고는 말을 멈추고 한참을 서 있다가, 한밤중에야 궁으로 되돌아왔다. 수문제는 중국역사상 직급이 가장 높고, 가장 유명한 공처가라고 할 것이다. 나중에 독고씨가 죽자, 수문제는 즉시 황음하기 시작하여, 몸을 버려 죽고 만다.

 

당나라때의 관국공(管國公) 임환(林環)도 공처가로 유명했다. 그는 일찌기 다른 사람에게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다: "마누라는 세 기간동안 네가 두려워하게 할 것이다. 즉, 막 결혼했을 때, 그녀가 동방에 보살처럼 단정하게 앉아있을 때이다. 보살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시간이 흘러 자녀를 낳으면, 새끼를 보호하는 암호랑이같을 때이다. 호랄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얼굴에 주름살이 생겨 불경에 나오는 정기를 흡입하믄 동과귀(冬瓜鬼)와 같을 때이다. 설마 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이래서 마누라를 두려워하는 것인데, 뭐 이상할게 있단 말인가?" 그의 말을 들은 사람은 모두 박장대소를 했고, 옳은 말이라고 동조했다.

 

방현령(房玄齡)의 처는 노부인(盧夫人)이다. 방현령의 신분이 아직 미천할 때, 한번은 그가 병에 들어서 생사를 오갔다. 그래서 그는 부인에게, "내가 병이 들어 곧 죽게 생겼다. 너는 아직 젊으니, 과부로 지내지 말고, 새로 사람을 찾아라. 그리고 그 사람에게 잘해줘라"고 말한다. 노부인은 울면서 휘장 안으로 들어가더니, 자기의 눈알을 하나 빼내서 방현령에게 보여줌으로써, 자기는 절대 두 남자를 섬기지 않겠다는 결심을 나타낸다. 마침 방현령의 병이 낫게 되자, 방현령은 그녀를 더욱 존중한다. 당태종은 승상 방현령에게 미녀를 내리고 싶어 했다. 방현령은 재삼 사양하며 받지를 않았다. 당태종은 황후로 하여금 방현령의 부인을 만나게 하였고, 노씨부인에게 황상이 대신들에게 시첩을 하사하는 것은 조정의 엄격한 규정에 따른 것이고, 이는 대신을 아끼고 존중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설명해도 노씨부인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당태종은 그녀를 불러: "투기하지 아니하면서 살고 싶으냐, 아니면 투기하면서 죽고 싶으냐"고 하였다. 그러자 노씨부인은 "차라리 투기하고 죽겠다"고 하였다. 당태종은 술을 한잔 그녀에게 주면서: "만일 그렇다면, 이 독주를 마셔라!"고 하였다. 그러자 부인은 바로 술잔을 들어 한입에 마셔버렸다. 아무런 망설임이나 거리낌도 없었다. 당태종은 "이런 사람이라면 나도 무서운데, 방현령이면 더 말할 것도 없겠구나"라고 하였다고 한다.

 

북송의 재자(才子) 진계상(陳季常)은 영화 <<하동사후(河東獅吼)>>의 원형인물이다. 역사상 공처가로 가장 처를 무서워한 인물이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진계상이 손님을 초청하였고, 당시에 유행하던 방식은 기녀를 불러서 노래하고 흥을 돋구게 하는 것이었는데, 진계상의 처는 건너편 벽에서 나무몽둥이로 창문을 계속 두드려 손님이 도망치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진계상은 소동파와 교류가 있었는데, 소동파는 아주 풍류적인 인물이다. 그리하여 진계상의 처 유씨(柳氏)는 자기의 남자가 소동파때문에 타락할까봐 걱정했다. 그리하여 소동파를 좋게 보지 않고 눈치를 주었다. 소동파는 시를 하나 써서 진계상에게 주었는데 이것이 유명한 하동사(河東獅)의 유래가 된다: "용구거사(진계상)는 아주 가련하다. 이것저것 얘기하다 밤에 잠을 못든다. 갑자기 하동의 사자가 소리치면, 지팡이도 땅에 떨어뜨리고 정신은 망연해진다" 소식의 원래 뜻은 그저 친구를 놀려주려는 것이었는데, '소동파의 글이 너무나 유명해져서' 진계상은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공처가의 전형이 되어 버렸다.

 

명나라때 왜구를 물리친 명장 척계광(戚繼光)은 수만의 병사를 통솔하며, 동남지역에 위세를 떨쳤다. 그러나, 부인이 온다는 말만 들으면,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댔다. 그의 부하들이 모두 불만이었다. 그리하여 장군을 대신해서 '한부(悍婦, 사나운 부인)'을 혼내주겠다고 말들을 했다. 척계광은 부하들이 지원을 해주자 힘을 얻어 병사를 보내어 부인을 군영으로 데려오라고 했다. 군영내에는 여러 장수들이 갑옷을 휘황하게 입고, 손에는 날카로운 칼을 들게 하여, 처를 겁먹게 하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처가 군영으로 왔다. 이 모습을 보고도 전혀 두려운 기색을 나타내지 않고, 척계광에게 소리쳤다: "무슨 일로 나를 불렀는가?" 척계광은 부인의 목소리를 듣자 깜짝 놀라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부인에게 열병을 구경시켜 드리려구요." 또 한번은 척계광이 부하들의 종용을 견디지 못하여, 집안으로 뛰어들어가서 날카로운 검으로 부인을 겁도 주고 남편의 위신도 세우려고 생각했다. 당시 그의 처는 낮잠을 자다가 막 깨었는데, 척계광은 보검을 들고 고함을 지르며 뛰어들었다. 처는 즉시 화가나서 소리쳤다: "보검까지 들고 뭐하려는 겁니까?" 척계광은 놀라서 온몸을 떨면서 보검을 땅바닥에 떨어뜨리면서 황급히 대답했다: "부인께 닭잡아드리려고 소리쳐서 부른 겁니다" 부인은 그 말을 듣고는 한 마디 했다: "다음부터는 닭잡을때 고래고래 소리지르지 마세요." 척계광의 담량이나 지위로 보아 천하에 넘지못할 관문이 없었을텐데, 부인의 앞에만 서면 한없이 기운을 잃었다. 이로써 볼 때, '공처가'는 간단하게 소심하고 간작은 남자들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청나라 강희(康熙)때의 재상인 소어투(索額圖)도 부인을 아주 두려워했다. 하루는 고사기(高士奇)가 보니 소어투가 논의하는데 나오지 않았다. 그는 바로 소어투의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을 알고는 사람을 보내어 그를 불렀다. 그 심부름꾼이 소어투의 집에 도착하니, 재상의 부인은 먼지털이를 들고 땅에 엎드려 평상아래를 향해 소리지르고 있었다: "나올거야, 안나올거야?" 당금 재상은 평상 아래에서 "사내대장부가 한번 안나간다면 안나가는 거지"라고 하고 있었다. 심부름꾼은 웃음을 참으면서, "황상께서 입궁하시랍니다"라고 말했다. 소어투는 평상 밑에서 기어나오면서, 한편으로 몸에 묻은 먼지를 털면서 한편으로 투덜거렸다: "흥, 황상께서 내 편을 들어주실텐데, 내가 너를 왜 무서워하겠냐?"

 

청나라때의 장요(張曜)는 많은 전공을 세웠다. 그의 처는 미모와 재주가 모두 뛰어났다. 장요는 원래 무지랭이였는데, 결혼한 후에 처에게 글을 배웠다. 그리하여 학생이 스승을 대하는 것처럼 부인을 대했다. 그의 처는 자주 그를 욕하고 질책했지만, 그는 기꺼이 모두 받아주었다. 나중에 글을 어느 정도 깨치고, 산동순무의 직을 얻게 되었다. 장요는 자주 부하들에게 부인의 능력을 자랑하면서 부하들에게 물었다: "너는 처를 무서워하느냐?" 어떤 사람이 웃으면서 "아닙니다"라고 답하면, 이 순무대인은 바로 대노했다: "간도 크구나. 어떻게 감히 부인을 안무서워 한단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