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월락성침(月落星沉)
<삼국연의>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이유(李儒)라는 이름은 그다지 익숙치 않을 것이다. 유일하게 그를 기억하는 것은 아마도 그가 동탁(董卓)을 대신하여 여포(呂布)를 설득하는 장면일 것이다. 적토마(赤兎馬)로 여포의 마음을 얻어 동탁진영으로 끌어들인다. 나머지 장면에서 이유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는 주변으로 밀려났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정사에서 이유는 기실 대단한 인물이다. 그는 동탁의 곁에서 여러번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했고, 동탁을 위해 적지 않은 공로를 세웠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이런 말도 한다. 그와 동탁의 관계는 제갈량과 유비에 비견할 수 있다고. 동탁이 여포에게 죽임을 당한 후, <삼국연의>에는 이유가 왕윤(王允)에게 붙잡혀 죽임을 당한느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 이유는 그때 죽지 않았고, 이각(李傕) 곽사(郭汜)가 조정을 좌지우지할 때고 그를 모셔와서 계책을 냈다.
그의 최후에 대하여 사료에는 아무런 기록이 없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그가 신산의 지낭(智囊)이었다는 사실은 전혀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어떤 사적과 의사결정이 그가 '지낭'이라는 것을 보여줄까?
여기서 주목할 점은 <삼국연의>에서는 이유가 동탁의 사위라고 했다. 이런 관계가 있으므로 그들은 '이익공동체'라 할 수 있다. 동탁의 많은 의사결정의 배후에는 이유가 지낭역할했고, 그에게 계책을 제시했다.
첫번째 중요한 의사결정은 바로 동탁이 일찌감치 반란을 일으킬 마음음 먹고 거병하려고 할 때, 이유는 중요한 건의를 하나 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조정에 들어가면 병력을 얼마를 데려가든 간에 의심을 사게 될 것이다. 차라리 사람을 시켜 상소를 올리면, 명분이 있고, 대사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유의 주도면밀한 고려이다. 이를 통해 동탁이 권력을 탈취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두번째 중요의사결정은 한소제(漢少帝)를 죽여서 위엄을 세우도록 건의한 것이다.
동탁이 조정을 장악한 후, 괴뢰황제 한소제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고, 그를 폐위시키고 유협(劉協)을 황제로 옹립하고 싶어했다. 그는 이유에게 이 일에 대하여 의견을 구한다. 이유는 이렇게 얘기한다: "현재의 조정에는 중임을 맡을 만한 대신이 없습니다. 당신이 이 일을 하려면 직접 백관을 불러서, 그들의 의견을 들으십시오. 그리고 동의하지 않으면 직접 죽여버리십시오, 그렇게 하여 당신의 위신을 세우십시오."
사실은 과연 이유가 추측한 한대로였다. 백관들 중에서 공공연히 나서서 반대하는 자는 없었다. 동탁의 조정내에서의 위신은 조야내외를 완전히 누를 정도였다. 다만, 이유는 더 나아가 참초제근(斬草除根)을 하라고 제안한다.
동탁은 이리저리 생각한 후, 이유의 말이 이치에 맞는다고 여긴다. 만일 한소제를 폐위만 시키면 언젠가 신하들이 다시 그를 모셔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동탁은 이유를 보내 이미 폐위한 한소제를 죽여버리라고 한다.
세번째 중요한 의사결정은 이유가 삼국제일맹장 여포를 온갖 방법을 써서 회유한 것이다.
여포는 전투에 매우 용맹하여, 동탁도 그를 만난 후 아주 좋아했다. 만일 자신의 아끼는 부하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이유는 동탁에게 건의한다. 자신이 나서서 여포를 끌어들이겠다고.
이유는 여포와 고향이 같았다. 여포를 동탁진영으로 끌어들이는데, 이유는 많은 노력을 들인다. 그는 여포에게 가서, 적토마를 미끼로 건네어 여포로 하여금 기꺼이 동탁을 위해 힘을 바치도록 만든다. 이를 보면 그는 사람의 마음을 아주 잘 읽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일 이상의 의사결정은 이유가 권모술수에 능한 고수라는 것을 보여준다면, 다음 번의 의사결정은 그가 군사적으로도 뛰어난 머리를 지녔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바로 이 결정으로 인하여 나중에 천하를 종횡하는 조조도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쓴맛을 보게 된다. 이번 패배로 조조는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한다.
네번째 중요의사결정은 바로 이유가 조조에 대적하는 '계책"을 낸 것이다.
동탁은 장안으로 천도하고 싶었다. 당시 상황은 매우 위급했고, 여러 제후들이 뒤에서 추적해오고 있었다 .동탁은 마음이 조급했다. 이때 이유가 동탁에게 건의한다. 우리가 이렇게 도망만 쳐서는 안된다. 도중에 매복을 두어 반격을 해야 한다. 그래야 장안으로 천도하는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리하여, 동탁은 이유의 건의에 따라 형양(滎陽)의 밖에 매복을 설치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조가 매복에 걸려든다. 동탁의 수하에 서영(徐榮)이라는 대장이 있었는데, 조조가 대비하지 않는 틈을 타서 그에게 쇄도하여 조조는 갑옷과 투구를 잃고 낭패하여 돌아간다. 만일 이유의 계책이 아니었더라면, 동탁이 이 위기를 벗어나서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외에도 많은 구체적인 일들이 있고, 이유의 지혜를 보여준다.
예을 들어, <삼국연의>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동탁은 초선을 귀비로 삼겠다는 이유로 초선을 자신의 거처로 부른다. 다음 날, 여포가 이 일을 알고는 분노와 슬픔이 교차하며 거의 정신을 잃는다. 그때 마침 이유가 그를 만나게 된다.
이유는 처음에는 여포와 초선의 관계를 몰랐다. 여포가 그렇게 흥분하는 는것을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여포는 "저와 초선은 일찌감치 평생을 약속했습니다." 그때 이유의 표정은 이미 침중해진다.
이유는 여포를 달래보려고 시도한다: "장군은 지금 고위직에 있고, 천하에 여자들도 아주 많은데, 하필 초선 한명을 고집하시는가."
여포는 그의 말에 설득당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화를 낸다: "그녀는 저의 목숨입니다."
이유는 그 말을 듣고 더욱 침중하게 바뀐다. 그래서 탐색하며 물어본다: "봉선, 하나 물어보겠는데, 만일 초선을 얻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포는 말한다: "절대로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간단한 대화로 이유는 이 일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그는 바로 동탁을 찾아가서 진언한다. 동탁에게 작은 일로 큰 일을 그르치지 말라고 하면서, 여인 한명때문에 맹장을 잃지 말라고 권한다. 그리고 동탁에게 초선을 여포하게 하사하라고 제안한다.
동탁은 이유의 건의라면 항상 모두 들었다. 이유의 말을 듣고, 동탁은 '색심'을 내려놓고 그의 말대로 하기로 결정한다.
다만 그는 그렇게 하기 전에 한 가지 일을 했다. 그것은 바로 초선의 의견을 묻는 것이었다. 그는 초선에게 묻는다. 여포를 따라 평생 함께 하기를 원하느냐? 그러나 초선이 원래 이곳에 온 것은 미인계와 이간계를 위한 것이었다. 초선은 눈물을 흘리면서 동탁에게 자신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호소한다. 자신을 물건처럼 아무렇게나 다른 사람에게 주어버리려는 것이냐면서. 이렇게 되니 동탁은 원래 그녀를 내놓고 싶지 않았는데, 미인의 눈물까지 보게 되니 더더욱 초선을 여포에게 주고 싶지 않아졌다.
이 일은 나중에 여포가 동탁을 죽이게 되는 가장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은 이런 의문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모든 일에 지혜롭게 판단하는 이유라면 더욱 영명한 주공으로 바꾸었다면 최후가 더욱 좋지 않았을까? 그는 왜 굳이 반적 동탁을 모신 것일까?
알아야할 것은 동한말기, 반적이 사방에 일어났고, 동탁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제갈량은 유비를 기다렸는데, 이유가 최정상급의 총명한 모사라면, 자신이 모실 가치가 있는 주공을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마도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유는 동탁에게 모든 것을 걸었을 것이다.
군웅이 사방에서 일어나는 난세삼국에서 여러 세력이 호시탐탐 권세를 노리고 있었다. 조금만 잘못하면 천길 낭떠리지로 떨어질 수 있었다. 아마도 이유가 보기에, 동탁은 확실히 뛰어난 점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천자를 끼고 제후에게 호령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동탁은 호색하는 등 치명상도 있었따. 이런 것들은 이유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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