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언쇄어(閑言碎語)
역사상의 오늘 1840년 7월 5일은 영국전함이 주산(舟山) 정해(定海)를 포격하여 아편전쟁이 정식으로 개전된 날이다.
아편전쟁이전에 천조(天朝)로 자처하며 고보자봉(故步自封)하던 대청제국은 이미 시대에 낙후되어 있었다. 문화와 사상도 그러했고, 무기와 군사는 더욱 그러했다.
제1차아편전쟁의 전모를 살펴보면, 청정부의 여러가지 대응책을 지금 생각해보면 황당무계하다. 오늘은 그런 것들을 얘기해보기로 한다. 아편전쟁때 청군은 어떤 웃지못할 전술전략을 펼쳤을까?
여인의 마통(馬桶)과 과각포(裹脚布)
영국인들이 광주로 쳐들어 올 때, 전선의 장수는 여인의 마통(요강)과 과각포(전족발싸개)를 내건다. 그들이 보기에 "오예(汚穢, 더러운 물건)"로 서양인들의 "요법(妖法)" 즉 서양인들의 대포와 전함을 깨보려 한 것이다.
여기에서 한 마디 해야할 것은 옛날 남자들의 여자들에 대한 태도는 정말 모순적이었다. 한편으로 여자들이 사용한 물건은 "오예"로 취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그것을 가지고 적을 격파하고 승리를 거두기를 바란 것이다.
구시대의 문인들 처럼 한편으로 여자들을 완전히 무시하며 여자들은 "재능이 없는 것이 덕이다(無才便是德)"라고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스스로를 마비시키는 것처럼 역대왕조가 쇠망한 원인은 모조리 여자들에게 떠넘겼다.
삼대(三代)의 말희(妺喜), 달기(妲己)와 포사(褒姒)부터 오삼계의 충관일노위홍안(冲冠一怒爲紅顔)의 진원원(陳圓圓)까지...
호두모(虎頭帽)
광주에서 여자들의 요강과 발싸개로 제사를 지내는데, 항주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호두모라는 것을 내놓았다. 그 뜻은 "호랑이가 양을 잡아 먹는다(虎可吃羊)"는 것이고 양인(洋人)과 양(羊)의 발음이 같다는 데서 호두모를 씀으로써 영국군을 격파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수륜선(水輪船)과 오귀선(烏龜船)
일시에 각양각색의 방법을 모두 쓰게 된다. 더더욱 강호술사(江湖術士)들이 날뛰는데, 자칭 신선하범(神仙下凡, 인간세상에 내려온 신선)이라고 하면서 적을 물리칠 절묘한 계책들을 내놓았고, 독무(총독, 순무)같은 고위관료들까지 속아넘어가게 된다.
양강총독(兩江總督) 우감(牛鑒)은 걱정이 많았다. 그는 아문까지 송호(松滬)일대로 옮기면서 전투를 독려했다. 어느 날 산동사람 정소선(丁小仙)이 나타나, 적을 물리칠 묘책이 있다고 말한다.
정소선은 평소에 자신을 제갈량이라고 자처했으며, 이번에 낸 계책도 어느 정도 <삼국연의>의 맛이 있다.
그는 영국인의 군삼을 격파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두 가지 종류의 선박만 만들면 된다고 했다. 즉 수륜선(水輪船)과 오귀선(烏龜船)이다. 수륜선에는 '수(水)'자가 있고, 오귀는 바로 현무(玄武)이고 북방을 의미한다. 이를 동원하면 영국의 화륜선(火輪船)을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륜선이라는 것은 인력으로 페달을 밟아 운행하는 것이고, 후자는 오귀선이라는 이름처럼 모양이 거북처럼 생겼다. 위에는 소가죽을 덮고, 8명이 노를 젓는다. 두 척의 배는 신속히 전진할 수 있고, 영국인들은 어찌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우감은 다른 방법이 없다보니 병이 급하면 아무 의사나 찾는 법이다(病急亂投醫). 그래서 정소선의 말을 믿고, 그에게 돈을 주어 수륜선과 오귀선을 만들게 한다.
그런데 배는 만들어졌는데, 전투를 하기도 전에 훈련하다가 끝장났다. 수륜선은 아예 움직이질 않았고, 오귀선은 움직이기는 했지만, 물 속에 들어가자마자 침몰해버렸다. 거북이가 바다로 들어간 것이고, 그 배에 타고 있던 수군들도 물귀신이 되었다.
양강총독 우감은 대노하여 정소선을 잡아 죽이려고 했으나, 그는 이미 돈을 챙겨서 도망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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