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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자쟁위술] 부저추신술(釜底推薪術) – 알적장각패(挖敵墻脚牌)

by 중은우시 2015. 8. 4.

 

옛말에 “지엽(枝葉)을 흔들려면 뿌리를 흔들어야 하고, 지엽을 튼튼히 하려면 뿌리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반을 튼튼히 다져야 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경쟁자를 무너뜨리려면 그의 기반을 무너뜨리면 된다. 즉, 건물을 무너뜨리려면 벽 아래를 파버리면 되는 것이다.

 

기원전209년 진시황37년, 공자 호해, 환관 조고, 승상 이사는 조서를 위조하여 부소를 죽이고 호해를 즉위시키는 모의를 할 때, 만일 부소를 지지하는 대장군 몽염이 삼십만대군을 이끌고 함양으로 쇄도해 들어온다면 호해, 조고, 이사가 막을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이들이 몽염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어도 그것은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부소와 몽염은 십여년간 전쟁을 함께 치른 전우로 끈끈한 우의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남은 방법은 몽염을 죽이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부소, 몽염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몽염에 대하여, “..장군 몽염은 수십만의 군대를 거느리고 변방을 지킨지 십여년인데, 전진하지도 못하고, 사병들을 많이 죽였으니 조그만치의 공로도 세우지 못했다….부소와 함께 외지에 나가 있으면서 마땅히 그의 음모를 알아차렸어야 했다. 사람됨이 불충하니 사사한다. 군대는 비장(裨將) 왕리(王離)가 지휘한다”는 내용으로 보내고, 부소의 자살에도 자살하기를 거부한 몽염은 양주감옥에 가두고, 그의 형 몽의를 먼저 죽인다. 그제서야 몽염은 독약을 먹고 자살한다. 이렇게 하여 호해, 조고, 이사는 부소지지파로부터의 후환을 철저히 없애게 된다.

 

이건성, 이원길과 이세민은 서로 재물로 상대방의 수하를 매수하는 방법을 취한다. 상대방의 수하를 매수하게 되면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고 상대방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외에 상대방 진영에 눈과 귀를 심어놓는 결과가 된다. 그래서 일차적으로는 매수를 시도하고,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무력으로 제거까지 하게 된다. 역사기록에 따르면, 이세민이 현무문의 변을 일으켜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중 중요한 것은 이건성, 이원길의 중요한 수하 2명을 매수하였기 때문이다. 한 명은 왕질(王晊)로 태자솔경승(太子率更丞)의 관직에 있는 이건성의 핵심심복중 하나이고, 또 한명은 현무문을 밤낮으로 지키는 장령 상하(常何)로 원래 이건성의 부하였다. 이건성이 유흑달(劉黑闥)을 정벌할 때 그를 따라 공을 세운 인물이어서 이치대로라면 이세민의 편에 설 수 없었으나, 사실은 이세민이 많은 재물을 주고 매수하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이 두 명이 한 명은 정보를 제공하고, 한 명은 현무문을 장악하여 현무문의 변이 성공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건성, 이원길도 이세민과 마찬가지로 이세민의 심복 위지경덕에게 금은기물을 한 수레 보내어 매수하고자 한다. 그러나, 위지경덕은 “진왕은 저를 새롭게 태어나게 해주는 은혜를 베풀어 저는 목숨으로 갚아야 합니다. 그러나 전하(이건성)에게는 아무런 공이 없으니 이렇게 귀한 선물을 받을 수 없습니다. 만일 전하와 사적으로 교분을 가진다면 이는 두 마음을 품는 것이니, 이익을 쫓아 충성을 잃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전하께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원길은 아예 자객을 보내어 위지경덕을 죽이려 하나, 위지경덕에게 발각되어 성공하지 못한다. 그러자, 결국 위지경덕을 모반죄로 당고조 이연에 고변하나, 이세민이 이연에 간청하여 위지경덕은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원길은 진왕부의 우이호군(右二護軍) 단지현(段志玄), 이원안(李遠安)등을 재물로 매수하고자 하나 역시 거절당한다. 그러자 다시 진왕부의 좌일마군총관(左一馬軍總管) 정지절(程知節) 즉 정교금(程咬金)을 강주자사(康州刺史)로 내보내 진왕부의 힘을 분산시키려 한다. 그리고, 진왕부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인물이 방현령(房玄齡), 두여회(杜如晦) 두 사람이라고 보고 두 사람의 언행을 고발하여 진왕부에서 쫓아내게 한다. 가장 악독하게 기획한 수법은 무덕9년 현무문의 변이 일어나기 약간 전에 이원길은 돌궐을 막아야 한다면서, 이연에게 자신이 돌궐을 막을테니 위지경덕, 정지절, 진숙보, 단지현등 이세민의 심복장수들을 자신이 지휘하에 배속시켜달라고 청한다. 이는 이세민의 손발을 철저히 잘라버리겠다는 계획이었다.

 

금전으로 매수하는 것이 가장 손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상대방의 최측근 심복은 금전에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 금전에 흔들리는 것은 중간층이하의 인물이거나 혹은 그 진영에서 홀대받고 있는 인물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세민이 왕질, 상하를 매수하는데는 성공하였지만, 이건성, 이원길이 위지경덕, 단지현, 이원안등을 매수하는데는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