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백가성(百家姓)이라는 것은 그저 많다는 뜻일 뿐이고, 백개라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성씨의 종류는 각양각색이어서, 통계를 내기 힘들 정도이다. 중국에 얼마나 많은 성씨가 존재하는지 정확한 숫자를 말할 수는 없고, 그저 개략적인 수치를 댈 수 있을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8000개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더욱 정확성을 기해서 4100개라고도 한다. 자주 보는 성씨들을 제외하고 드물게 보는 희귀성씨들도 적지 않다. 드문 성씨들 중에는 괴이한 성씨도 많다. 아래에는 그 중 몇가지를 들어본다.
인체기관명칭: 두(頭), 골(骨), 심(心), 신(腎), 장(腸), 수(手), 조(爪, 손톱)
동물명칭: 압(鴨, 오리), 합(비둘기), 고(羔, 새끼양), 낭(狼), 계(鷄), 후(원숭이), 구(狗), 사(蛇)
날씨명칭: 설(雪), 풍(風)
일상용품명칭: 과(瓜), 도(桃), 금(琴), 창(窓), 합(盒), 쾌, 호(葫), 시(柴), 미(米), 유(油), 염(鹽), 차(茶)
성별명사: 자(雌), 남(男), 수(嫂)
숫자: 일, 이, 삼, 사, 오, 육, 칠, 팔, 구, 십, 백, 천, 만, 억, 조
동사: 소(笑, 웃다), 유(揉, 주무르다), 시(猜, 시기하다), 간(揀, 고르다)
색채명칭: 적, 등, 황, 록, 청, 람, 자....생활에서 자주 나타나는 13가지 색채는 모두 성씨로 쓰인다.
황조명칭: 하, 상, 주, 진, 한, 위, 촉, 오, 진, 수, 당, 송, 금, 원, 명, 청
어떤 희귀성씨는 많으면 수십명, 적으면 단 1명인 경우도 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성(姓)"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까지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죄(罪), 선(癬), 아(啞), 총(塚), 장(더럽다), 회(孬,좋지않다. 욕임), 소(騷)처럼 문제있는 글자까지도 성으로 쓰이고 있다. 성씨가 많기로 유명한 하남성에는 심지어 "처(妻)", "첩(妾)", "마", "표"등의 성씨까지 있다.
성씨는 중국문화의 아주 독특한 문화현상이고, 모든 성씨의 배후에는 나름대로의 배경이 있다. 위에서 든 희귀성씨외에 아래에서 드는 다섯 가지 성씨는 기괴하기 그지없는 성씨들이다.
첫째, 사(死)
알려지기로는 두번째로 적은 "희귀성씨"이다. "사"씨는 주로 중국의 서북부에 분포하고 있는데, 북위때 소수민족의 4자짜리 복성이 줄어서 된 것이라고 한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모두 죽음이라는 것은 회피하고, 이를 입에 올리기 꺼려하는데, 이것을 성으로까지 삼다니 대책이 없다.
둘째, 난(難)
어떤 사람이 통계를 내봤더니 가장 적은 성씨가 바로 "난"씨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정확한지는 알 수 없다. 많은 성씨들이 단 1명인 경우가 있다. 어떻게 가장 적은 성씨를 판별할 수 있겠는가. 성으로쓰일 때의 "난"은 거성(去聲)이 된다. 하남의 네개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데, 대대로 이 곳에 거주하는 남녀는 모두 "난"씨이다. 외부사람들은 "재난", "곤란"을 연상하여 별로 좋아하지 않아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어느 일족은 이들을 자기의 조상으로 보고 있다. 하남에서 남북조시대의 석비가 발견된 적이 있는데, 거기에는 선비족 관리인 '난루(難樓)'가 기재되어 있다. "난"씨들은 선비족을 따라 북쪽으로 이주하였으며, 송화강에 거주할 때는 송화강을 "난강"으로 개명한 적도 있다. 이후 돌고돌아 한반도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셋째, 흑(黑)
어느 문화도 광명정대한 것을 숭배하지, 흑은 불길한 징조로 본다. 그런데, 이를 성씨로 삼은 사람들이 있다. 다만, 발음은 흑(黑, Hei)가 아니라 하(賀, He)와 같다. 그러나 종이에 써놓으면 영 이상할 수밖에 없다.
넷째, 노(老)
태어나자마자 늙었다는 노(老)를 성씨로 가진다니...아무도 그렇게 불리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노(老)"가 평생을 따라다니다니...예를 들어, 아직 시집가기도 전에 "노처녀"가 되지 않겠는가. 이 성에 대하여는 두 가지 설이 전해진다. 하나는 "사크다(薩克達)'이라는 만주족 성씨가 한자성으로 바뀌어서 나온 것이라고 하는 것인데, 이미 이삼백년의 역사가 있다. 만주어로 사크다는 '나이가 들었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광동 불산의 사대토착성씨중 하나인데, 현재도 불산 남해구 서남의 "세노촌"에는 "노"씨가 대성이다.
다섯째, 독(毒)
이 성도 부르기 이상하고, 사람을 놀래킬만하다. 누가 "독선생", "독아주머니"이라고 불리는 사람과 사귀고 싶겠는가? 대만의 가의현 태보시에는 과구리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독씨성을 가진 한 집안이 있다고 한다. 조상은 청나라때 통역관이다. 여러대에 걸쳐 독자로 이어진 후 지금은 이미 남자만 6명에 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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