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역사사건/역사사건 (민국 후기)

장학량(張學良)에 대한 재판경위

중은우시 2013. 10. 8. 22:57

글: 주운(周雲)

 

만일 1935년 이전에 장학량이 재판을 받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유언비어일 것이다. 당시의 장학량은 비록 9.18사변이후 권세가 약간 쇠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국정계의 중량급인물로, 손아귀에 중병을 쥐고 있고, 영수(장개석)과는 결의형제이다. 그는 말그대로 한 지방의 제후로 권력이 엄청나다. 다만, 서안사변이 평화적으로 해결된 후, 그는 자신이 이 모든 것을 국가를 위하여 하였고, 권력이나 이익을 쟁탈하기 위한 사심에서 일으킨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1936년 12월 25일, 친히 장개석을 모시고 남경으로 돌아간다. 그 결과 남경에 도착하자마자, 연금이 된다. 나아가 장개석은 전례없는 효율을 보여 12월 31일에 장학량은 군사위원회 고등군사법원의 재판에 회부된다.

 

재판부는 이열균(李烈鈞)이 재판장을 맡고, 녹종린(鹿鍾麟), 주배덕(朱培德)이 재판관을 맡는다. 이 세 명은 모두 명성이 혁혁한 인물들이다. 이열균은 신해혁명의 원로이고, 일찌기 반원세개의 2차혁명을 발기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그저 국민정부에 이름만 걸고 있을 뿐 아무런 실질적인 업무는 없이 집에서 쉬고 있었다. 그가 재판장으로 선정된 이유중 아주 중요한 점은 계급이 장학량보다 높거나 최소한 같은 사람이 재판장을 맡아야 한다는 것때문이다. 당시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은 장개석등 몇 명이 되지 않았다. 이열균은 경력도 많고, 장학량과 같은 육군상장이었다. 그래서 그가 선정된 것이다. 나중에 누군가 이런 의문을 제기한다. 이열균은 이급상장(二級上將)이고, 장학량은 일급상장(一級上將)이므로 여전히 법률에 맞지 않는다고. 그리하여 국민정부는 이열균에게 일급상장의 계급을 부여하게 된다. 두 명의 재판관인 녹종린과 주배덕도 세력이 있고, 지위가 있고 영향력이 있는 군부인물이었다.

 

개정 당일, 법정의 경비는 삼엄했다. 장학량은 법정으로 압송되어 왔고, 얼굴에는 미소를 띄고 있었다. 이열균은 그가 육군상장이고, '범죄미수'인 점을 고려하여, 장학량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한다. 그러나 장학량은 여전히 꼿꼿이 서 있는다. 이열균이 물었다. 너는 자신의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아는가? 장학량은 모른다고 대답한다. 이열균은 육군형법을 장학량에게 건네주고 보라고 하며, 앞의 몇 개 조문을 가리키며, 너는 이 몇 개 조문을 범했다고 말한다. 다만 장학량은 여전히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으며 담담하게 자신의 얘기를 하고  말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이열균은 마음 속으로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장작림의 아들이로군.

 

이열균은 이어서 묻는다. 너는 이번에 영수를 협박하였는데 누구의 지시를 받은 것이냐, 아니면 스스로 계획한 것이냐. 장학량이 대답한다. 나 자신이 계획한 것이다. 나 자신이 하는 일은 책임도 스스로 진다. 나라는 사람은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이때 장학량은 돌연 반격을 한다. 이열균에게 이렇게 힐문한다: 내가 한가지를 묻고 싶은데, 재판장에게 물어도 되겠는지? 이열균은 물으라고 한다. 장학량이 말한다: 민국2년, 당신은 강서의거에서 원세개를 토벌하였는데 그런 사실이 있는가? 이열균이 답하여 말하기를 "있다"고 한다. 장학량은 이어서 즉시 말을 받는다: "나의 서안에서의 행동은 바로 중앙의 독단전횡에 대하여 병간(兵諫)의 방식으로 저지하고자 한 것이다." 장학량이 이 말을 막 하자, 이열균이 즉시 큰 소리로 혼을 내며 말을 막는다: "헛소리. 장위원장은 인격이 고상하고, 사업이 위대하다. 원세개가 어찌 그의 발끝에나 따르겠는가? 너는 조금도 스스로 반성하지 않고, 함부로 서안사변을 일으키다니, 스스로 말로를 찾는 것이다. 그런데도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미룰 것인가?" 녹종린과 주배덕은 이열균이 감정적으로 흥분한 것을 보고, 급히 휴정을 건의한다. 재판은 이렇게 중단된다.

 

그후에 다시 개정을 한다. 다만 모두 합쳐서 1시간 정도 지속되고, 빨리빨리 끝을 내버린다. 최종적으로 장학량은 유기징역 10년, 공민권리박탈 5년의 형에 처해진다. 이어서 장개석은 다시 국민정부에 장학량의 특사를 제청하고, 군사위원회에 '엄격히 감시감독하라":고 지시한다. 이때부터 장학량은 반세기에 걸친 연금생활이 시작된다. 기실 장학량의 운명은 이열균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개정전에, 이열균은 장개석을 만난 바 있다. 제환공이 관중의 이전 잘못을 따지지 않은 예를 들면서, 장개석에게 장학량을 사면해줄 것을 건의한다. 다만 장개석은 얼굴을 굳히고, 말을 하지 않는다. 이열균은 할 수 없이 "저는 법에 따라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장개석은 그제서야 비로소 두 글자를 내뱉는다: "신중(愼重)" 장학량의 운명은 이때 이미 결정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