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의 정치/중국의 관료

중국식회의: 소사개대회(小事開大會) 대사개소회(大事開小會)

by 중은우시 2024. 7. 5.

글: 사도(仕道)

최근 한 은퇴한 간부와 얘기를 나눴는데, 관료사회의 회의문제를 얘기하다가 그가 아주 재미있는 말을 했다.

작은 일이면 크게 회의를 열고, 큰 일이면 작게 회의를 열며, 특별히 중요한 일이면 회의를 열지 않는다.

자세히 생각해보면, 그의 말이 확실히 이치에 맞는다.

지금의 관료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융중하고 참가인원이 많은 회의일수록 회의내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반대로 지도자가 사무실에서 조용히 개최하는 소규모회의는 아주 중요하다. 논의하는 의제는 모두 인사, 자금, 프로젝트등 핵심의제들이다.

소그룹이 큰 일을 결정하고, 큰회의는 왕왕 그저 형식에 지나지 않고, 절차에 불과하다. 그저 각본대로 진행하는 편이다. 회의에서 나오는 말이나, 토론하는 의제는 모두 항간에 이미 알려진 공개된 비밀들이다.

바로 이런 것이다: "작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크게 회의를 열고,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작게 회의를 열고, 핵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회의를 열지 않는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계속 회의만 연다."이것이 바로 관료사회의 철칙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관료사회에 들어가 있을 때 상사가 소규모회의에 자주 부른다면 그것은 바로 중용받고, 실권이 있다는 증명이다. 만일 참가하는 회의는 모두 수백명에 이르고, 한번도 지도자의 소규모회의에는 참석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왕왕 권력핵심으로부터 한참 멀어져 있다는 뜻이다.

최근 필자는 기율검사위 감찰부문에서 작성한 교육자료를 보다가, 깐수성(甘肅省) 우웨이시위서기(武威市委書記) 훠룽꾸이(火榮貴)의 "사도고사(仕途故事)"를 읽게 되었다. 그것을 보고나서 화서기도 역시 회의개최의 도리를 잘 알고 있는 관리라고 여겼다.

(붉은색부분) 오랫동안 우웨이시 전부시장 장바오홍, 시위 전비서장 장궈민등과 함께 먹고 마시고 놀고 즐기면서 인사임면, 프로젝트안배등 중대한 사항들을 결정했다.

원래, 훠룽꾸이가 우웨이시위서기를 맡고 있는 동안 소집단을 형성하여 가까운 사람들끼리 뭉쳐서 오랫동안 우웨이시 전부시장 장바오홍(姜保紅), 시위 전비서장 장궈민(張國民)등과 함께 먹고 마시고 놀고 즐기면서, 인사임면, 프로젝트안배등 중대사항을 결정했던 것이다.

훠서기의 대사는 모두 사적인 회식자리에서 결정되었고, 관건인물은 그를 제외하고 미녀부시장 장바오홍, 그리고 시위 비서장 장궈민이 참석했다.

실제로, 장비서장은 그저 곁다리이고, 그는 회식자리를 마련하고 두 사람이 결정한 구체적인 사항을 기록정리한 후 사후집행하는 일을 했을 뿐이다.

우웨이에서, 훠서기와 장부시장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것은 이미 공개된 사실이었다.

훠룽꾸이가 일찌기 연수받았던 대학에 장바오홍이 재직자박사과정에 들어와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아예 '사형, 사매'로 서로 불렀다.

사형에게 발탁되어 부시장이 된 장바오홍은 훠서기의 제일심복이라 할 수 있었다. 비록 시위상위가 아니지만, 다른 모든 상위 내지 부서기보다 권한이 컸고, 우웨이의 관료사회는 이 사형사매의 '부부점포'가 되어 버렸다.

반자(班子, 지도자그룹)에 들어가고 권자(圈子, 써클)에 들어가지 못하면 반자에 들어가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고,

권자에 들어가면, 반자에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반자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다.

우웨이의 관료들과 상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일을 성사시키려면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장부시장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을. 장부시장은 사형인 서기를 대신하여 사무를 처리할 뿐아니라, 그를 도와 사적으로 돈도 긁어모았다.

훠서기는 습관적으로 장부시장과의 작은모임에서 중요하고 큰 일들을 결정했지만, 당연히 대규모회의도 개최했다. 그러나 대규모회의를 개최했을 때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훠서기가 회의를 주재하면서 집단연구를 통해 관련사항을 결정할 때, 항상 "내가 결정한다"는 식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조그만치라도 다른 의견을 제시하게 허용하지 않았다. 다른 간부들은 그저 동의하거나 문건의 개별적인 용어, 방점부호를 수정하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뿐이었다. 감히 다른 의견이나 실질적인 수정의견은 내놓지를 못했다.

우웨이시간부에 따르면, 반대의견을 말하지 않더라도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여 받는 것은 온갖 거칠고 날카로운 욕설이고, 또한 걸핏하면 사무실에서 쫓아내거나, 회의실에서 쫓아내곤 했다.

한번은 회의에서 훠롱꾸이가 참가자가 많은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를 개최한 주요목적이 "사상통일"이었다. 자신의 위풍을 보이고, 권위를 세우며, 자신의 말이 바로 법이 되도록 하는 "패주"지위를 확립하는 것이었다.

정말 "그 이름에 그 사람"이라 할 수 있다. 훠롱꾸이의 가장 큰 특징은 화를 크게 내고, 화를 잘 내고, 걸핏하면 욕을 하고, 사람을 때린다는 것이다. 그는 자주 운전기사를 때렸다. 그에게 맞고 욕먹어 쫓겨난 기사만 30여명에 이르렀다. 심지어 2명의 기사는 부상을 입어 출근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더욱 놀라운 일은 훠롱꾸이는 남자관리나 남자부하에 대하여도 거칠었지만, 여간부나 여자부하에 대하여도 전혀 봐주는 법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욕하고 때렸으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비밀회의"를 개최하기 좋아한 훠서기와 장부시장은 결국 함께 낙마한다.

이 사형사매는 함께 쌍개(雙開, 당적과 관직박탈)당하고, 함께 재판정에 섰으며, 사형은 18년형을 사매는 12년형을 받는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부패한 권력은 공공연히 오만하지만, 더 많은 경우에는 몰래 남용한다고.

권력운용의 목적과 수단이 모두 공명정대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비밀리에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몰래 진행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한다. 그래서 더더욱 겁없이 마음대로 권력을 남용하게 되는 것이다.

액턴 남작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모든 비밀리에 하는 것들은 변질되기 마련이다. 설사 그것이 정의의 행정이라도 예외는 없다. 토론을 허용하지 않고, 공개할 수 없는 일은 안전하지 않다."

비밀과 권력이 결합하면 극도로 위험해진다.

모든 사람에 있어서, 비밀은 부패와 비이성의 위험을 가지고 있다. 만일 누군가 다른 사람에 대하여 대단한 권력을 가지고 있고, 그 권력이 비밀리에 운용된다면, 권력남용의 유혹은 아주 크다고 할 것이다.

일찌기 권력을 휘둘렀던 훠서기는 왜 낙마했는가? 왜냐하면 그가 권력을 비밀리에 행사하는데 너무 열중했기 떄문이다.

햇볕에 드러낼 수 없는 것은 모두 썩고 변질되기 마련이다. 권력도 마찬가지이다.

권력은 그저 햇볕아래에서 운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의 옹호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래야 양호하고, 안전하고 정의로우며, 스스로를 해치고 남도 해치는 날카로운 검으로 변질되지 않는 것이다.

권력을 쥐고있는 사람은 조심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