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진)

조고(趙高)는 어떻게 진시황의 명장, 명신들을 누르고 조정을 장악했을까?

중은우시 2022. 3. 28. 23:19

글: 양천년래영웅사(兩千年來英雄史)

 

진나라말기 풍운이 일어나는 반진(反秦)전쟁때, 장한(章邯)이 전장에서 연이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지휘능력이 뛰어나고 진군의 전투력이 뛰어난 외에 또 하나 이사(李斯)를 우두머리로 하는 진나라의 국가조직이 배후에서 지지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한은 외부에서, 이사는 내부에서 제국의 대들보역할을 했다.

 

그러나 누구도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이사, 장한이 사방에서 위기를 극복하며, 국면을 되돌리려 애를 쓰는 가운데, 악독한 화살이 그들의 등 뒤로 날아오고 있었다.

 

이 화살은 바로 조고이다. 조고는 원한과 변태의 심리로 진나라를 무너뜨리려는 생각을 잊은 적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진나라의 기둥은 장한과 이사가 지탱하고 있다. 단시간내에 무너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조고는 우회로를 선택한다. 먼저 이사라는 대들보부터 뽑아내고, 장한은 이사라는 보호산이 없으면 몽염(蒙恬)을 제거하는 것처럼 쉽게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 

 

진나라의 충성스러운 개들아. 너희가 지옥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누가 지옥으로 들어간단 말인가!

그러나, 이사는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그는 승상에 여러 해동안 있었고, 조정내에 일당이 많다. 특히 고관인 우승상 풍거질(馮去疾), 장군 풍겁(馮劫)을 위시한 풍씨가족은 계속 이사를 굳게 지지했다. 그래서 권모술수에 능통한 조고는 아주 정교한 함정을 파서 이사를 사지로 내몬다:

 

제1단계, 이사에게 압력을 가하다.

 

천하에 '도적'이 곳곳에서 봉기하자, 승상인 이사는 당연히 그 책임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리하여 조고의 고혹하에 진이세(秦二世) 호해(胡亥)는 모든 원망을 이사에게 쏟아낸다. 여러번 그를 책망한다: "그대는 삼공의 자리에 있으면서 어떻게 이런 도적들이 세상에 횡행하게 놔둔단 말이오!"

 

이사는 두려우면서도 원망스러웠다. 도적들이 봉기한 것이 나 혼자만의 책임이란 말인가. 너희는 책임이 없느냐. 모두가 함께 일으킨 화가 아닌가. 어찌 나 혼자 모든 책임을 지라고 한단 말인가. 안된다. 나는 이 리스크를 딴 사람에게 떠넘겨야 한다. 먼저 이 위기부터 넘기고 보자.

 

그리하여 이사는 극도로 황란한 가운데, 형편없는 수단을 쓰게 된다. 그는 진이세에게 상소를 올려 "독책(督責)"의 술을 건의한다. 즉 엄격한 법적용으로 백성들이 모두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반란을 생각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 글은 천고의 기문이다. 그 안에는 이런 유명한 말이 나온다: "근검절약하고 인의를 쫓는 신하가 있으면 황제가 황음무도하게 놀 수 가 없다. 정직하고 강맹하며 아부하지 않는 신하가 있으면 황제가 하고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절개있는 열사형의 신하가 있으면 황제는 마음껏 낭비하며 놀 수가 없다. 그래서 명군은 마땅히 이런 세 종류의 신하를 멀리 해야 한다."

 

다만, 이사는 모르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 하는 것은 음짐지갈(飮鴆止渴, 목마르다고 독약을 마셔서 갈증을 해소시키는 것)임을 제국도 이렇게 하는 것이 음짐지갈임을. 그 결과, 길거리에 나서면 절반은 붉은색의 죄수복을 입고 귀밑머리를 모두 자른 죄수들이었다. 1년동안 판결해야하는 사건이 천만건이 넘었다. 채소시장에는 매일 각종 죄명으로 사형에 처해진 사람들의 시체가 쌓여갔다. 이렇게 하다보니, 원래는 옛날 육국의 사람들만 진나라에 반기를 들었는데, 이제는 진나라사람들조차도 반기를 들게 되었다. 이사에게 유일하게 남아있던 지지자도 그에게 철저히 실망한다. 그의 멍청한 수법은 그 자신을 구하지 못했을 뿐아니라 그 스스로를 멸망하게 만들었다.

 

제2단계, 진이세를 손아귀에 넣다.

 

1단계의 압박으로 이사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된다. 다음 단계는 진이세를 손아귀에 넣어서 군왕과 신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이사의 일당이 반격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사와 같은 법가인 조고는 법가제도의 핵심은 군주절대전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황제만 손아귀에 넣으면, 모든 것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는 진이세의 스승이자 근신이다. 그 점에서는 천연적인 우세를 지니고 있다.

 

그리하여 조고는 기회를 잡아 진이세에게 이렇게 말한다: 

 

"천자가 귀한 것은 여러 신하들이 그 목소리는 들어도 그 얼굴은 볼 없기 대문입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나이가 어리니, 모든 정무를 반드시 아셔야할 필요는 없습니다. 만일 매일 조정에 앉아서, 관리를 임명하고 일처리를 하는데 부적절하게 하면, 대신들에게 약점을 보이는 것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황제가 절대자로 천하에 군림하는 것에 맞지 않게 됩니다. 폐하께서는 차라리 깊은 궁안에 계시고, 신과 법령을 배운 시중이 매일 곁에서 모시면서 일처리를 도와드리면, 일이 생겼을 때 무리없이 처리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신하들도 함부로 폐하를 대하지 못할 것이고, 천하는 모두 성주(聖主)라고 칭송하게 될 것입니다."

 

조고의 이 수법은 이사를 고립시킬 뿐아니라, 더더욱 황제를 고립시켰다. 이게 바로 기군망상(欺君罔上), 대역부도(大逆不道)가 아닌가. 그러나, 어리고 멍청한 호해는 조고의 이런 말에 속아넘어가서 그대로 믿는다. 사실상, 그가 매일 대하던 것은 이사등 매일 재미없는 말만 계속하여 하는 보기 싫은 노신들이었다. 게다가 공문서도 무미건조했다. 전혀 흥미를 느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 조고가 앞장서서 자신을 대신하여 그런 일을 해주겠다고 하니, 그는 자신을 대신하여 힘든 일을 해주겠다는 충신이 있다는 것에 크게 위안을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진이세, 진이세. 너는 정말 멍청하구나.

 

그리하여 군왕은 조회에 나오지 않고, 밤낮으로 가무를 즐기고 술과 연회를 즐겼다. 조고는 그 기회를 잡아 제국의 군령전달의 핵심관문을 장악한다. 일부당관(一夫當關), 만부막개(萬夫莫開)라 할 만하다.

 

제3단계: 이사와 진이세의 관계를 이간하다.

 

조고와 이사간에 벌어진 포연이 나지 않는 전쟁은 이상의 두 단계를 거치면서, 조고가 이미 철저하게 고지를 차지해 버렸다. 이사는 위를 올려다보면서 공격해야 하는 처지이니 쉽지가 않다. 

 

그러나, 조고가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사가 공격하지 않으면 그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적이 움직이지 않으면, 어떻게 적의 약점을 잡아 적을 무너뜨린단 말인가? 그리하여 조고는 또 하나의 계책을 생각해낸다. 유적(誘敵). 유인술이다.

 

하루는 조고가 직접 이사의 집을 찾아간다. 우국우민의 모습을 보이면서 눈물까지 흘리며 말한다: 

 

"관동의 여러 도적들이 들고 일어나, 매일 보고서가 몰려오고 있다. 주상은 그러나 아방궁을 만드는데 인력을 많이 투입하기만 한다. 신이 여러번 간언했으나, 직위가 비천하니 말을 많이 해도 듣지 않는다. 우우우, 나라가 존망의 위기에 처했는데, 그대는 승상으로 지위가 높으니 책임도 크다. 어찌 간언을 하지 않는 것인가."

 

이때의 이사는 진시황시기의 그 총명했던 이사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승상직위를 지켜내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서 맑은 두뇌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분명히 함정인데도, 그는 멍청하게 뛰어들고 만다. 그는 조고의 말에 감동하여 이렇게 대답한다: "내가 간언하길 원치 않는 것이 아니라, 실로 주상께서 궁중에만 계시고 나와서 조회에 참석하지 않으시니 내가 어찌 직접 아뢸 수 있단 말인가?"

 

조고는 웃으며 말한다. 그게 뭐 어렵겠습니까. 제가 기회를 찾아보겠습니다. 주상이 한가할 때 제가 바로 통보드리겠습니다.

 

이사는 그의 말을 듣고 감격한다. 원래 조고는 이렇게 충신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승상으로써 마땅히 할 일을 해야 한다.

 

그 결과 이사는 세번 조고의 통보를 받고 진이세를 뵈러 간다. 그러나 세번 모두 문밖에서 기다리다가 물러나야 했다.

 

원인은 아주 간단하다. 이사가 매번 진이세를 만나라고 통보할 때는 모두 "주상이 한가할 때"가 아니었다. 진이세가 미녀와 즐기고 있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생각해보라. 세번이나 즐거운 일을 망치게 되면, 황제가 그를 만나고 싶겠는가? 만나주지 않을 뿐아니라, 기분까지도 나빠지게 될 것이다.

 

"내가 평소 일이 없을 때도 많은데, 그때는 오지 않다가, 내가 한참 즐기려 할 때 굳이 승상이 찾아오다니, 이건 승상이 나의 나이어리다는 것으로 인하여 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조고는 마음 속으로 몰래 웃었다. 그리고 진이세에게 이렇게 아뢴다: "사구에서 계책을 내서 황상이 황제에 오르게 할 때 승상도 같이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폐하께서 이미 황제에 올랐는데, 승상의 작위는 더 올려주지 않았지 않습니까. 제가 그의 속마음을 생각해보면 봉지를 더 달라는 것일 겁니다. 폐하, 승상은 불충한 마음을 품고 있고, 모반할 생각이 있는 것같습니다. 방비하지 않으시면 안됩니다!"

 

진이세는 크게 놀란다: "승상이 그런 나쁜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인가?"

 

조고가 말한다: "폐하께서는 잊으셔서는 안됩니다. 승상은 초나라 상채(上蔡) 사람입니다. 반란군두목 진승의 상주국 채사(蔡賜)도 상채사람입니다. 신이 듣기로 승상의 일족과 채사의 일족간에는 관계가 가깝다고 합니다. 그래서 진승이 횡행하며 형양성(滎陽城)을 지나갔는데도, 승상의 장남인 삼천군수 이유(李由)는 성을 몇달간이나 지키기만 하고 나가서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신이 또 듣기로 이유는 몰래 도적들과 통하며, 서신왕래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증거는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서 지금까지 아뢰지 못했던 것입니다. 지금 승상의 행동이 상례에 벗어나고, 황상의 뜻을 거스르는 것을 보니, 이미 반란을 일으킬 생각을 굳힌 듯합니다. 폐하께서는 철저히 조사해 보셔야 합니다!"

 

조고가 이사를 무고하는 말을 아무런 근거가 없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법술교육을 받은 진이세에게 있어서 이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우리가 알아야할 것은 법가의 기본관념은 '성악설'이다. 군신관계에서 무슨 충성, 신뢰같은 건 믿지 않는다. 모든 것은 적나라한 이익관계로 보는 것이다. 이사와 동문수학한 한비자(韓非子)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신하와 군주는 골육의 가까움이 없다. 세에 묶여서 부득이 모시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말도 했다: "신하가 군주를 시해하지 못하는 것은 무리를 충분히 갖추지 못해서이다." 그래서 진이세가 황제가 되었을 때의 원칙은 차라리 1만을 잘못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1명의 나쁜 놈은 놔주지 않겠다였다. 이사가 모반했는지 아닌지는 조사하면 금방 알 수가 있다. 그래서 진이세는 명령을 내린다: "조고, 너는 속히 사람을 형양으로 보내 이유를 조사하도록 해라. 만일 그런 일이 있다면 짐은 이씨의 삼족을 멸할 것이다."

 

이렇게 하여 이사가 여러번 진이세를 뵙고 간언하려 했었지만, 모두 문밖에서 거절당하고, 심지어 외지에 나가 있는 아들까지도 연루되게 되었다. 나중에 그는 알게 된다. 이 모든 것은 조고의 간계라는 것을. 이제 그가 더 이상 반격하지 않으면 그냥 앉아서 죽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즉시 상소문을 써서 조고를 탄핵한다: "조고는 위세를 부리며 권력이 이미 조정을 좌지우지하게 되었습니다. 몰래 전씨가 강씨로부터 제나라를 빼앗으려 한 것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지금 처리하지 않으시면 신의 생각에 분명 변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멍청하기 그지없는 호해는 오히려 이사를 힐난한다: "조고는 사람됨이 청렴하고, 행실이 바르며 평상시에 나를 충성으로 모시며, 자신의 직책에 충실하다. 이런 사람은 다시 얻기 힘들다. 짐이 그를 믿고 맡기는데, 그대는 의심을 하는구나. 도대체 무엇때문이냐."

 

이사는 화가나서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조고는 일당을 모으고 자신에 위협되거나 반대하는 자들은 제거하고 탐욕이 끝이 없는데, 그가 청렴하다니, 행동이 바르다니.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뿐 아니라, 이사의 말을 진이세는 한 마디도 듣지 않았을 뿐아니라, 이사의 말을 그대로 조고에게 전달한다. 마치 조고가 그의 주군인 것처럼.

 

조고가 말한다: "승상이 마음 속으로 우려하는 것은 저 조고 한 사람 뿐입니다. 조고가 만일 죽으면, 승상은 바로 전씨가 강씨로부터 제나라를 빼앗은 것처럼 진행하는데 거리끼는 것이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진이세는 그 말을 듣고 대노하며, 마음 속으로 이사를 죽일 생각을 품는다. 

 

이사는 자신에게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가만히 앉아서 죽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마지막 발버둥을 친다. 우승상 풍거질, 장군 풍겁을 찾아가 연명으로 상소문을 쓴다. 아방궁을 짓지 말고, 요역을 줄여줄 것을 청한다. 그러면서 은근히 조고를 내치라는 내용도 넣는다.

 

폐하, 지금 조고가 안에서 정무를 어지럽히니, 밖에서 여러 도적이 봉기하는 것입니다. 장한이 동아에서 좌절당했는데, 폐하께서 더 이상 개혁하지 않으시면 나라가 망하게 됩니다.

 

진이세는 그들의 상소를 듣지 않고, 오히려 대노한다. 그가 가장 우려하던 일은 조고가 일당을 모아서 모반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사가 여러 중신들을 모아 그를 압박했다. 이건 정말 반란을 일으키겠다는 뜻이 아닌가. 너 이사는 이전에 <행독책서>를 올려서 황제는 먹고 놀고 즐겨야 한다고 했으면서, 이제 아방궁을 짓지 말라니 그럼 짐이 어떻게 먹고 놀고 즐긴단 말인가. 그뿐아니라 아방궁을 짓는 것은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선제께서 결정한 것인데, 너희가 선제가 결정한 것까지 고치려 한단 말인가. 그건 선제를 뵐 면목이 없게 되는 일이다. 도적을 평정하지 못하면서 나를 탓하다니 그건 네가 무능한 탓이다. 살아서 무엇하겠는가.

 

모든 것이 끝났다. 진이세는 명을 내려, 풍거질, 이사, 풍겁은 직무소홀로 관외의 도적을 평정하지 못하는데 가장 큰 책임이 있으니 모두 파직하고 감옥에 가두라고 한다. 이사와 아들 이유는 모반죄로 종족, 빈객까지 모조리 체포한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심문은 모조리 낭중령 조고가 전권을 가지고 처리한다.

 

이건 또 무슨 이치인가. 진나라의 법률에 따르면, 중신의 경우에는 죄가 있더라도 사법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심리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왜 궁의 안전을 담당하는 낭중령이 심문을 책임진단 말인가. 진나라는 비록 법치를 내세웠지만, 황제는 법의 위에 존재하는 최고의 권위였다. 결국 제국의 모든 것은 통제불능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하여, 조고는 세 사람을 고문하여 죄를 자백하게 만든다.

 

풍거질, 풍겁 두 사람은 혹형을 견디지 못하고, "장상(將相, 장군과 재상)은 나라의 기둥이다. 어찌 도필서리(刀筆胥吏)에게 모욕을 당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생각에 자결하고 만다.

 

이사는 자결하지 않았다. 모욕을 당하면서도 자결하지 않았다. 어찌되었건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항거했다. 그가 죽으면 조고는 더욱 거리낌없이 날뛸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죽을 수 없다. 대진에 내가 없으면 안된다. 대진을 위하여, 나는 이미 나의 친구 한비자까지 죽였다. 그리고 나의 제자 몽염도 죽였다. 내가 다시 죽는다면, 장한은 아마도 온전하지 못할 것이고, 대진은 끝장이 난다.

 

이때의 이사는 혹형을 당하면서 마음 속으로 회한이 일었고, 고통은 더할 나위없었다. 옛날에 자신은 권력의 칼을 쥐고 있었고, 천하호웅을 죽이면서 기세가 대단했고, 계책이 무궁했다. 자신은 세상을 놀라게한 인재인데 어찌 조고같은 자의 손에 죽는단 말인가?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그저 자신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 여러 신하들이 너의 기반이고, 정의가 너의 편이다. 다만 모든 신하에 모든 정의를 합하더라도, 조고의 수중에 쥐어져 있는 호해 하나를 당할  수가 없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은 일찌기 네가 진나라에서 군주권력의 지고무상을 주장했을 때 심어진 것이다. 게다가 너는 일시의 득실에 신경을 쓰면서 안목이 좁았다. 그리하여 멍청하기 그지없고 실제로 조고에게 좌지우지되는 자를 황제로 옹립했다. 네가 죽지 않으면 누가 죽어야 하는가. 진이 망하지 않으면 어느 나라가 망해야 하는가.

 

이사는 죽고 싶어하지 않았다. 끝까지 항쟁해야 했다. 그러나 그의 항쟁은 연약무력했다.

 

1단계로, 그는 죄를 인정하는 척한다. 그리하여 우선 신체의 고통을 피했다. 

2단계로, 그는 진2세에게 상소를 올린다. 자신은 진나라에 큰 공을 세웠고, 실로 모반할 마음은 없다고 했다. 설사 작은 잘못은 있을지언정 그것은 공으로 죄를 깔 수 있을 정도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이사는 글을 아주 잘 쓴다. 그가 진시황에게 썼던 <간축객서>는 천고의 명문이다.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이치에 맞고, 구슬처럼 빛난다. 그의 붓 하나로 제국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이사는 절대적인 자신이 있었다. 그가 재능을 다 쏟아서 글을 쓰게 되면 자신의 목숨을 구할 수 있고, 절처봉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쉽게도 그의 상소는 진이세의 손에 전해지기 전에 이미 조고에 의해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이사는 죄수이다. 어찌 상소문을 올린단 말인가!"

 

이제 조고는 확실히 알았다. 이사가 비록 잠시 자백했지만, 나중에 진이세가 사람을 보내서 물어보면 반드시 진술을 번복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빈객 수인을 어사, 시중 및 황제의 특사로 가장해서 황명을 받들어왔다고 거짓말로 가서 이사를 심문한다. 과연 이사는 진술을 번복했고, 자신은 죄가 없다고 주장한다. 소위 모반은 전혀 존재하지 않은 일이었다고 변명했다.

 

조고는 냉소를 날렸다. 너 이 간사하기 그지없는 이사. 이퇴위진(以退爲進)하면서 판을 뒤집으려 한단 말이지. 꿈도 꾸지 말라. 너는 내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

 

그리하여 조고는 가짜어사들에게 십대혹형을 모두 써서 이사를 거의 죽을 지경으로 만들게 시킨다.

 

며칠동안 이사는 무수한 혹형을 당한다. 거의 사람의 면목이 남지 않는다. 그리하여 이사는 철저히 절망한다. '어사들'조차도 나를 이렇게 대하다니, 황제는 나를 죽이려고 마음을 굳힌 모양이구나. 됐다. 그냥 불고 말자.

 

조고의 계책이 마침내 성공했다. 진이세가 진짜 어사를 보내어 이사를 재심했는네, 이사는 즉시 죄를 인정한다. 더 이상 진술을 번복하지 못한다. 

 

이사와 조고의 대결은 마치 신발신은 사람과 맨발인 사람의 싸움같았다. 이사는 신발을 신은 사람이고, 조고는 맨발인 사람이다.

같은 법가이지만, 신발을 신은 사람은 맨발인 사람보다 악독하지 못하다.

같은 혹링이지만 일잘하는 사람이 모함잘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진이세는 이사의 진술서를 보고, 장탄식을 한다. 그리고 정말 듣는 사람이 난감할 한 마디를 내뱉는다: "만일 조고가 아니었다면, 짐은 승상에게 당했겠구나!"

 

이사의 마지막 살길마저 사라진다. 진이세는 그리하여 결정을 내린다: 이사 부자의 모반죄는 성립된다. 삼족을 멸하고, 함양의 시에서 요참하라.

 

황당한 법가간의 대결이 마침내 끝났다. 조고가 대승을 거두고, 이사는 만겁불복의 역사심연에 빠진다.

 

마침내 최후의 순간이 왔다. 이사와 그의 일족은 함양의 길거리로 끌려나간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만들었던 잔혹한 형벌을 받는다.

 

형을 받기 전에, 이사는 고대를 돌려 그의 차남에게 말한다: "나는 너와 함께 다시 개를 끌고 상채의 동문에 올라가 토끼를 잡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게 되었구나!" 말을 마치고 통곡을 한다. 차남도 통곡하고, 일족이 모두 통곡한다. 둘러싼 백성들도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제국의 창업자이며 한때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천고명상 이사는 죽기 전 마지막 유언으로 호언장어를 남기지 않았다. 그저 보통사람의 평범한 행복을 동경했다. 실로 가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일 정말 그에게 평범한 삶을 살아라고 했다면 그는 차라리 죽음을 택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사의 일생에서 모순된 점이다.

 

오시삼각이 되었고, 감독관도 도착했다. 먼저 이사에게 자자(刺字, 이마에 글자를 새기다)하고, 다음으로 할비(割鼻, 코를 베다)하고, 다시 좌우족지(足趾, 발)를 자르고, 다시 생식기를 자르고, 마지막으로 허리를 자른다. 이것이 소위 '오형(五刑)'이다. 

 

이사의 몸에서 하나하나 떨어져 나갔고, 날카로운 칼날이 그의 허리를 한칼에 잘라버린다. 모든 것은 끝난 것같았다. 그러나, 이사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기괴한 눈빛으로 이미 자신에게 속하지 않는 하반신과 쏟아져나온 대장,소장을 바라보았다. 이사는 이런 괴이한 광경을 본 적이 없다. 그 자신마저도 놀랐다. 그는 상반신을 일으켜 미친듯이 땅바닥을 기었다. 형장에서 뱀이 기어간 것같은 혈흔이 남는다.

 

이 마지막 생명의 춤은 반시진동안 계속되었다. 이사는 마침내 땅바닥에 쓰러지고, 땅바닥으로 선혈이 쏟아지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모든 세포가 자신의 주인을 위해 억울하다고 소리치듯이.

 

이사가 쓰러지면서, 이씨일족의 남녀노소 3백여명도 칼날아래 목숨을 잃었다. 함양성에는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이사가 죽은 후, 조고는 그를 대신하여 승상에 오른다. 중승상(中丞相)이라고 불렸다. 수시로 궁중을 드나들 수 있는 승상이라는 뜻이다. 궁중과 조정의 대권을 모두 장악하고, 진이세는 철저히 허수아비가 된다.

 

조고의 뜻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의 최종목표는 영씨를 멸망시키고 자신이 황제에 오르는 것이었다. 혹은 관중왕이러도 괜찮았다.

 

그러나 그는 어쨌든 태감이다. 태감이 황제가 된다는 것은 실로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조고는 아주 정교한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3단계로 나누처 실현하고자 한다:

 

제1단계: 신하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

제2단계: 장한을 제거한다.

제3단계: 호해를 죽인다.

 

제1단계는 비교적 간단하다. 사슴 한 마리로 해결했다.

이 이야기는 유명한 "지록위마(指鹿爲馬)"
이다. 조고는 사슴 한 마리를 진이세에게 바치면서 그것을 천리마라고 한 것이다.

 

진이세는 의심스러운 눈길로 조고를 쳐다본다. 마음 속으로 늙어서 치매가 들었나고 생각했다. 그래서 머리를 흔들며 대소한다: "승상께서 농담도 지나치십니다. 사슴을 말이라니요"

그러나, 조고는 그것이 말이라고 우긴다. 그리고 신하들에게 한명한명 물어본다.

진시황을 도와 천하를 통일하는데 큰 공을 세운 신하들도 모두 이 고심막측한 문제 앞에서는 골치가 아팠다. 간담이 작은 사람중에서는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멍청한 사람은 머리를 하루종일 굴렸지만 결국 사슴이라고 대답한다. 더 많은 총명한 사람들은 바로 상황을 이해하고 이건 말입니다. 좋은 말입니다라고 외친다.

조고는 사슴을 사슴이라고 말한 자들은 모조리 죽인다.

그 이후로 더 이상 조고의 뜻을 어기는 신하는 없게 된다. 조고가 뭐라고 하면 그것이 되는 것이다. 

진이세는 이 일을 겪으면서도 조고를 의심하기는 커녕 자신의 신경에 문제가 생겼다고 여긴다. 그 이후로 더 이상 조회에 나가지 않는다. 매일 상림원에서 사냥하며 지낸다. 처음에는 토끼같은 것을 잡다가 나중에는 살아있는 사람에게 화살을 쏘는 지경에 이른다. 만일 진이세가 이전에는 약간의 이성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제 진이세는 정말 정신병에 걸렸다고 할 수 있다.

 

이오(李敖) 선생이 한 말이 적절하다: 고대의 황궁은 아주 기형의 조합이다. 수천수만의 여성생식기, 수백수천은 생식기가 없고, 오직 황제 1사람만 남성생식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유일하게 남성생식기를 가진 사람은 왕왕 그 귀한 남성생식기를 가지지 못한 여인들이나 태감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다. 이는 정말 역사의 절묘한 아이러니이다.

 

기실 조고의 이런 조치는 겉으로 보기에는 황당하지만, 법가의 '술'중 하나이다. 주요목적은 자신의 권위가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초 진나라의 승상 여불위는 <여씨춘추>에서 "일자천금"의 현상금을 내걸고 잘못된 글자를 찾아내라고 했는데, 마찬가지의 심리라 할 수 있다. 사슴이 말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책 한권에 잘못된 글자가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아무도 감히 나서서 말을 하지 못할 뿐인 것이다. (동한 말기의 경학가 고유는 <여씨춘추>를 주석하면서 거기에서 11곳의 잘못된 곳을 찾아냈다.)

 

신하들을 모두 자신의 편으로 만든 후, 조고의 다음 단계는 장한을 상대하는 것이다. 장한은 수십만대군을 지휘하고 있다 만일 어느 날이라도 그가 군대를 이끌고 "청군측"에 나서면 조고는 끝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