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사회/중국의 의학

<<본초강목(本草綱目)>>의 황당한 처방

중은우시 2007. 5. 31. 15:18

글: 방주자(方舟子)

 

최근에 책을 쓰는데 필요하여, 필자는 <<본초강목>>을 한번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아주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유명한 책은 이름 그대로라면 당연히 약초(草)를 위주로 하여야 할 것인데, 실제는 그렇지가 않다. 그는 약물을 수(水), 화(火), 토(土), 금석(金石), 초(草), 곡(穀), 채(菜), 과(果), 목(木), 복기(服器), 충(蟲), 린(鱗), 개(介), 금(禽), 수(獸), 인(人)의 16부로 나누고 있는데, 거의 천하만물을 다 언급하고 있다. 과연 사람들이 고대의 백과전서라고 한 것이 이해될 정도이다.

 

그러나, 다른 백과전서와는 달리, <<본초강목>>은 약서(藥書)이다. 천하만물을 기재한 목적은 그것을 가지고 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복기"부에 기재한 것은, 바지, 웃저고리, 허리띠, 두건, 발싸개, 사의(蓑衣, 도롱이), 짚신, 죽은 사람의 베개와 자리, 일력(日曆), 종규상(鍾像, 종규는 귀신을 쫓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 도부(桃符), 포선(蒲扇), 포석(蒲席), 솥뚜껑, 찜통, 대나무바구니, 빗자루, 말고삐, 측주(厠籌), 요강등 각종 일상용품이 기록되어 있다. 이것을 기록한 것은 그들의 일상용도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불에 태워 재로 만들거나 즙을 내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재미있지 않은가?

 

<<본초강목>>에 수록된 많은 약방(藥方, 처방)은 소위 편방(偏方)이다. 이에 대하여 이시진(李時珍)도 때로는 합리적인 이론적인 해석을 하여 그 효험을 증명해보려고 시도해보기는 했다. "수(水)"부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서로 다른 계절의 빗물은 각각 서로 다른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하면서, 예를 들어, 부부가 각각 입춘(立春)때 내린 빗물을 한잔씩 마시고 합방하면, 불임증을 치료하는 신기한 효험이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이시진은 이에 대하여 "이는 그 때가 만물이 발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본초강목>>에는 여러개의 불임증을 치료하는 편방을 기재하고 있는데, 어떤 것은 이것보다 더 기괴하다. 예를 들면 그 중의 하나는, 상원절(上元節)때 부자집에서 훔쳐온 등잔을 침대밑에 놔두면 임신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아무런 해석도 없다.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떤 편방은 비록 해석은 없지만 연유를 추정할 수는 있다. <<본초강목>>에는 물고기뼈가 목구멍이 걸린 경우에는 어망(漁網)을 삶아서 즙을 내거나 불에태워서 재로 만든다음에 마시면 뼈가 빠진다고 적고 있다. 그는 이론적인 근거를 적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어망이 물고기를 잡는 도구이므로, 그 즙이나 재로 물고기뼈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기괴한 처방에 대하여 이시진은 아주 깊게 믿었고 의심하지 않았던 것같다. 그리고, 기묘함을 찬탄하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기술하기도 했다. 사람이 목을 매어 죽은 경우, 목을 맨 줄을 가져와서 태워 재로 만들고 물에 타서 마시면 정신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로써 볼 때 고서에 기재한 냉벽지물(冷僻之物)이 쓸모없는 것이 없다. 잘 쓰는 사람을 만나야 할 뿐이다"

 

이렇게 병을 치료하는 "냉벽지물"은 처음에는 아마도 어떤 사람이 머리속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거나, 우연히 시험해보다가 효험을 본 경우일 것이다. 그래서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는 것이다. 필경 오랫동안 임신하지 못했던 사람이 어떻게 임신을 하게 되거나, 정신병에 걸렸던 사람이 돌연 호전되는 경우, 혹은 목에 걸린 뼈가 물을 마시거나, 재를 타서 마신 후에 내려갔는데, 마침 이런 기괴한 처방에 따라 써보았다면, 이것은 바로 효험이 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편방이 효용이 없는 경우가 물론 더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천성이라는 것이 유효한 개별안건을 잘 기억하고 신기하다고 칭찬하는데 더 익숙하고, 효력이 없었던 경우는 쉽게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점쟁이들이 일거리없을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편방의 치료효과는 점치는 것보다는 보편적이고 현저할 것이다. 왜냐하면 많은 질병은 치료하지 않아도 저절로 낫는 경우가 많고, 심리적인 효과도 있으므로 더 쉽게 치료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방에 사용하는 약물은 더욱 이상한 것일수록, 더욱 드물어서 구하기 힘든 것일수록, 더욱 더럽고 냄새나는 것일 수록 환자에게 주는 심리적인 효과는 더욱 강하게 되고, 치료효과는 더욱 크게 된다. 그래서 서각(犀角), 호골(虎骨), 호편(虎鞭), 웅담(熊膽)이 지금까지도 좋은 약으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본초강목>>에는 대량의 지저분한 것들이 약으로 기재되어 있다: 소발굽의 물, 세 집에서 사용한 설겆이물, 칼을 가는데 쓴 물, 돼지여물통의 물, 웅덩이에 고인 물, 신발바닥의 흙, 침대다리아래의 흙, 화장터의 흙, 묘지의 흙, 지렁이진흙, 개오줌진흙, 화장실아래의 진흙, 처마아래의 진흙, 대들보위의 먼지, 문틈의 먼지, 과부침대머리의 먼지등등은 모두 각양각색의 질병을 치료한다고 하였던 것이다. 사람들은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몸에 좋다"는 말을 잘 믿어서, 입에 쓴 것은 모두 몸에 좋은 양약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이독제독(以毒除毒)"을 믿었다. 그래서 독물도 잘 쓰면 해독할 수 있는 좋은 약이라고 믿었다.

 

<<본초강목>>의 압권은 "인(人)"부이다. 사람의 몸에 있는 것은 모두가 보배라는 것이다: 머리카락, 머리때, 귀지, 무릎때, 손톱, 이빨, 오줌, 똥, 젖, 경수(經水), 피, 정액, 타액, 이빨때, 수염, 음모, 인골, 천령개, 포의(胞衣), 제대(臍帶), 인세(人勢), 인담(人膽)등등이 모두 양약이고 모두 각종의 신기한 효험이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당연히 중국의 옛사람들이 특별히 기괴했던 것은 아니다. 다른 민족의 고대의술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진기하고 더럽고, 독이 있는 물건을 좋은 약으로 취급했었다. 그 연유는 비슷하다. 단지, <<본초강목>>이라는 이 "백과전서"는 이런 것들은 모두 수집하였기 때문에 특히 눈에 띄는 것이다.

 

아무도 <<본초강목>>에 수록된 고인의 많은 고귀한 경험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노신마저도 이 책에는 "풍부한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과학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경험은 신뢰할 수 없으며, 아마도 계속 와전될 가능성이 많다. 고대인들은 이전 사람들의 경험섞인 이야기를 이처럼 가볍게 믿었는데, 어떤 때는 황당할 정도이다. 이러한 점은 고대인들의 겅험에 대한 참고가치를 대폭 낮추는 작용을 하고 있다. 위에서 예로 든 황당한 처방들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도 하지 않고 부정하거나, 검증할 필요도 없이 채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언듯 보기에는 그럴듯하고 이상하지 않은 처방에 대하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예를 들어 약초의 효능에 대하여 전부 부정하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선택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얼마나 많은 억측, 와전이 있으며, 또한 얼마나 많은 고귀한 치료경험이 담겨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그 안의 엉터리 가짜를 걸러내서 제대로 되고 진짜를 골라내는 것이 앞으로의 사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