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사회/중국의 사회

이혼증서 즉석발급 : 복인가 화인가?

중은우시 2007. 3. 14. 11:46

글: 진일균(陳一筠)

 

왕여사가 급히 전화를 걸어왔다. 나한테만 얘기해야할 일이 있다고 했다. 나는 바로 약속한 상담실로 갔다. 그녀를 보니 이미 흐느끼며 말을 제대로 못이을 정도였다. 그녀는 그녀의 번개같은 이혼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어젯밤, 남편과 싸웠어요. 화난 김에 '꺼져라!'고 소리쳤고, 그는 바로 화가나서 이혼협의서를 한장 썼고, 나보고 서명하라고 했어요. 나도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어서, 읽어보지도 않고, 그저 화난 김에 서명해버렸어요. 그날 밤, 우리는 둘 다 한 잠도 못잤어요. 다음날, 나는 평소처럼 남편이 모는 차를 탔고, 직장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않게, 차는 구의 민정국(民政局) 앞에 섰어요. 그는 나를 끌고 이혼등기처로 갔어요. 거기에는 두 사람이 신청서를 쓰고 있었고, 두 명의 공무원은 안에 있는 방에서 잡담을 하고 있었죠. 우리 둘이 들어가는 것을 보더니, 그중의 한 사람이 우리에게 두 장의 신청서를 건네주고는,  우리에게 말한마디 없이 다시 돌아가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어요. 나는 그 때 머리가 멍했고, 그저 남편이 하자는대로 끝까지 가자는 심정이었죠. 그러면서 마음 속으로 이혼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겠어라는 생각을 했어요. 부지불식간에 남편은 녹색의 작은 증서를 나 손에 찔러넣어주더군요. 나는 정신없이 다시 그의 차를 탔고, 금방 집앞에 도착했어요. 그는 나보고 내리라고 하더니, 가버리더군요.

 

우리는 이렇게 이혼한 건가요?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업었어요. 그러나, 녹색 증서에는 분명히 '이혼증서'라고 쓰여 있어요. 아. 좀있다가, 가구점에서 전화가 왔어요. 원래 남편과 3일전에 침대를 주문했었는데, 그걸 배달하겠다는 것이었어요. 나는 그냥 '가져오라'고 했죠.

 

점심때 남편이 돌아왔어요. 새로 보내온 큰 침대를 보더니, 몰래 서재로 들어가서 울더군요. 나는 거실의 쇼파에 멍하게 앉아 있었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어요."

 

왕여사는 아직 이 일을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나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사실 그녀와 남편은 모두 어젯밤의 충동적인 행동을 후회하고 있고, 더구나 오늘의 멍청한 짓을 후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쌍방은 모두 고집센 사람들이고 누구도 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왕여서에게 이번 일에 너무 개의치 말라고 권해고, 예전처럼 남편과 아이를 돌봐주라고했다. 그리고, 원래 계획대로 아파트를 잘 인테리어하고, 남편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살펴보라고 했다.

 

왕여사의 이번 사건은 나로 하여금 어떻게 이혼절차가 이렇게 쉬운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조정과정은 협의이혼에서 완전히 생략되어 버린다. 이혼등기처의 '공무원'은 혼인이 해체되는 것을 너무나 많이 보아서 습관이 되었는지,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같이, 그냥 종이 한장을 건네주고, 장당 50위안의 수속비만 받고 있다. 이혼증서는 즉석에서 발급하며, 충동으로 혹은 경솔함으로 이혼등기처를 찾아온 부부들에게 후회할 틈도 주지 않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 이혼절차를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는 나라는 아마도 현재의 중국뿐이 아닌가 싶다. 명분이야 '개혁개방'이라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직무해태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보니, 미국의 몇개주는 법률을 개정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뉴저지주는 이혼전에 합법적으로 별거한 시간을 반년에서 18개월로 연장하였다고 한다. 어떤 주에서는 부부가 18세이하의 미성년자녀를 양육하고 있으면, 이혼전에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더욱 연장할 것이라고 한다. 매릴랜드주의 이혼법규정은 숙려기간이 가장 길다. 그래서 그 곳의 이혼율을 상대적으로 낮다고 한다. 이혼전의 숙려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바로 부부로 하여금 반드시 이혼할 것인지에 대하여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혹은 이혼후의 자녀에 대한 문제, 재산의 합리적인 분배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도록 하고, 최대한으로 이혼의 상처와 후유증을 감소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법률조치로 인하여, 최근 미국의 일부주에서는 이혼율이 내려간 것이다.

 

우리는 매일 조화사회를 노래부른다. 가정이 사회의 세포이고, 혼인은 가정의 기초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경솔한 혼인과 경솔한 이혼을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은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법률부문은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 최소한 이혼증서의  "즉석발급"이라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은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