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진대상(陳代湘)
호남(湖南)사람을 얘기하면, 누구나 고추를 떠올린다. 만일 “패만(覇蠻)”이 호남인의 정신적인 기질이고 성격상의 주요한 특징이라면, “매운 것”은 호남음식의 주요한 맛이다. 호남에서 일을 하는 북방사람에게 호남요리에 대한 느낌을 말하라고 하였을 때, 그는 호남에는 두 개의 유명한 음식이 있는데 하나는 파란고추에 붉은고추를 볶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붉은 고추에 파란고추를 볶은 것이다라고 얘기한 바 있다. 물론 농담이기는 하지만, 정통호남음식(湘菜)의 특징은 잘 말한 것이다: 맵다. 고추를 먹을 줄 모르는 사람이 호남에 오면, 가장 골치아픈 것은 밥먹는 것이다. 식탁위에는 “조국강산일편홍(祖國江山一片紅, 조국강산이 모두 빨갛다)는 지경이다. 매워서 혓바닥이 얼얼하고, 목에서 불이나고, 배에서는 경련이 일며, 온 몸에 땀이 흐를 지경이다. 상채의 매움을 맛본 사람이라면 식사전에 특별히 주방장에게 고추를 넣지 마라고 부탁하곤 한다. 그래도 나오는 요리에는 고추가 들어있다. 호남의 요리사들은 고추를 넣지 않으면 요리를 만들지 못한다.
호남인들은 고추가 없으면 밥을 먹지 못한다. 호남인들이 고추를 좋아하는 것은 수호전에 나오는 화화상이 주육을 좋아하는 것과 같다. 하루라도 고추를 먹지 않으면 입에서 가시가 돋는 것이다. 한 호남사람이 한번은 천진에 출장을 간 적이 있는데, 1주일동안 고추를 먹지 못했다. 그래서 거의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아침에 호텔식당을 갔는데, 작은 물고기를 발갛게 튀긴 것을 보고는 붉은 고추를 넣고 볶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뻐서 얼른 한 접시를 샀다. 식탁에 앉아서 먹어보고는 벌컥 화를 냈다. 접시를 들고 종업원에게 항의했다. “이 물고기가 왜 달짝지근하냐. 왜 조금도 맵지가 않으냐” 종업원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또 다른 호남소양의 친구는 처음 북경에 출장을 왔다가 전취덕의 오리구이가 유명하다는 말을 듣고 먹으러 갔다. 그런데 실망이 보통이 아니었다. “오리에 어떻게 고추를 넣지 않고 먹느냐. 북경오리구이는 우리 소양의 고추혈장오리의 절반도 못따라 간다”.
호남사람들이 고추를 좋아하는 정도는 알 수 있다. 호남인들의 고추를 먹는 것은 정말 대단한 점이 있다. 천하무쌍이다. 예로부터 “사천사람은 매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귀주인은 매워도 두려워하지 않고, 호남인은 맵지 않을까봐 두려워 한다(四天人不怕辣, 貴州人辣不怕, 湖南人怕不辣).”
하나 재미있는 일은, 호남인들이 고추를 가장 잘 먹지만, 중국에서 가장 먼저 고추의 맛을 본 것은 호남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 매운 것을 가장 못먹는 강소 절강사람들이다. 고추의 원산지는 중남미이고, 원래 인디안들의 가장 중요한 조미품이었다. 개략 15세기말에 스페인사람들이 유럽으로 가져갔다. 16세기말에 중국에 들어왔으며 당시에는 이름을 번초(番椒)라고 불렀다. 처음에 고추는 관상용의 꽃으로 중국에 재배되기 시작했다. 명말청초의 항주인 진모가 지은 <<화경(花境)>>이라는 책에는 당시의 강소, 절강사람들은 고추를 아주 가늘게 분말로 만들어서 “호초(胡椒)”를 대신하여 식용으로 삼았다고 되어 있다. 사실 이것은 현재 호남사람들이 먹는 고춧가루와 비슷한 것이다. 청나라 건륭연간에 고추은 이미 채소가 되어 보편적으로 먹게 되었다. <<홍루몽>> 제3회에는 가모가
고추는 “외래품”이다. 연해의 강소, 절강 사람들이 먼저 맛보았다고 하여 이상할 것도 없다. 이상한 것은 지금의 강소, 절강사람들은 고추얘기만 들어도 얼굴색이 바뀌고 말도 꺼내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것을 나중에 맛보게 된 호남인들에게는 “고추먹는대왕”이 되어버렀다. 재미있는 것은 호남인들은 고추를 좋아하는 외에 빈랑도 좋아한다. 특히 호남의 상담 사람들이 그래서, 빈랑이 좋아죽는다. 빈랑은 원래 열대지구에서 나는 것이고, 호남에서는 나지도 않는다. 그런데, 상담은 전국의 유명한 빈랑도시가 되었다. 빈랑의 자극도 맹렬하다. 고추에 못지 않다. 만일 먹는게 습관이 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혓바닥이 마비되고, 목구멍이 막히는 느낌을 가질 것이고, 심장이 쿵쿵 뛰게 될 것이다. 그러나 상담사람들은 아주 단 것을 먹는 것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주 맛있게 씹어먹는다. 어떤 호사가는 타유시를 지어서 상담사람을 풍자했다. “상담사람들은 보(寶, 호남말로 바보라는 뜻)이다. 이반에 풀을 씹고 있다” 그러나, 상담사람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네가 뭐라고 하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전시의 빈랑판매량은 너무나 엄청나서 한번 들으면 다 놀랄 정도이다. 이로써 볼 때 호남인의 음식전통은 아주 큰 개방성과 강맹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저명한 언어문자학자인 왕력 선생은 일찍이 “고추의 유혹은 매운데 있는 것이지 유혹하는데 있지 않다. 그리고 고추의 자극은 아주 세다. 한번 입에 들어가면 혓바닥을 찌르는 것같다. 커피의 만성적인 자극과는 전혀 다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고추는 이미 강자에 속한다. 호남인들이 혁명을 좋아하는 것에 대하여, 어떤 사람은 고추에 공을 돌리기도 한다”
호남인의 정신기질과 개성특징은 고추와 확실히 관련이 있다.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성격도 일반적으로 비교적 강맹하게 된다. 북방인들은 대부분 고추를 먹지 않는다. 그러나 마늘, 파를 좋아한다. 식사후에 입에서 냄새가 나더라도 그들은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북방인들오 강맹한 기질이 있다. 호남인들은 마늘은 아주 적게 먹는다. 그러나 마늘보다는 훨씬 자극성이 강한 고추를 좋아한다. 그래서 호남인들의 강맹폭렬이 북방사람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는 않다. 왜 호남인들은 고추를 이렇게 좋아하는가. 아마도 호남인들은 고추와 같은 유형의 자극이 강맹한 식품에 대하여 천성적으로 친화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추가 한번 들어오자, 자석이 쇠를 만난듯이 바로 붙어서 서로 융합된 것이다.
이런 친화력은 심리적이나 성격적으로 더 그렇고, 단순히 생리적인 것만은 아니다. 강소, 절강사람은 이런 친화력이 결핍되어 있는 것같다. 그래서 그들은 가장 먼저 고추를 들여와 먹었지만, 결국은 고추를 버린 것이고, 호남, 사천 사람들에게 바친 것이다. 마치 토기가 고깃덩이를 가지고 놀다가, 천성적으로 육식을 하지 않으므로, 나중에 호랑이에게 주어버리는 것과 같다. 지금의 강소, 절강사람들의 고추에 대한 태도는 거의 고추를 먹는 것을 칼산에 오르고 불바다에 뛰어드는 것처럼 보고 있다.
50년대초에 주작인은 <<흘청초(吃靑椒, 푸른고추를 먹다)>>라는 글을 발표했는데, 글에 “고추라는 이 이름은 얼마나 사람을 놀라게 하느가. 이것의 특징을 얘기하자면, 불처럼 너를 태워버릴 것이다. 습관이 되지 않은 사람들이 이 것을 먹으면 이미 고통의 영역에 들어선 것이다” 고추는 강한자 맹렬한자의 음식이다. 고추를 먹음으로써 얻는 괘락은 고통에서 전환되는 쾌감이다. 생리와 심리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이런 괘감은 생리와 심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고추를 죽을 것처럼 좋아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입에는 불이 나고, 눈에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맛있다고 하게 하는 것일까. 원인은 사람의 대뇌의 고추의 자극에 대한 반응에 있다. 사람의 구강과 혓바닥에 고추를 접하게 되면, 고통감은 이미 모든 신경계통에 경고를 보낸다. “불이야, 불이야, 불이야”. 이런 정보가 대뇌에 전달된다. 경고를 받은 대뇌는신속이 신체에 고도의 경계상태에 들어가도록 명을 내린다. 심장이 더 빨리 뛰고, 코가 벌렁거리고, 입에는 타액을 많이 준비하고, 위장은 운동을 가속화하며, 땀을 줄줄 흘린다. 왜냐하면 몸은 자아보호본능이 있으므로, 대뇌는 신체가 외부로부터의 공격이 다가온다고 느끼게 되면 바로 일종의 천연적인 고통제거제를 내보내는 것이다. 비록 고추는 신체에 진정한 상해를 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압으로 하나 먹으면 진정제를 하나 먹은 것과 비슷한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두번째는 더 많은 진정제를 내보내게 되고, 계속 이런 물질을 내보냄으로써 몸은 일종의 마취상태가 되는 것이다. 고추의 기묘한 점은 여기에 있다.
호남인들은 이처럼 고통이 쾌감으로 전환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들은 분투하여 힘들게 싸운 후의 성공을 좋아하고, 창업후의 달콤함을 즐길 줄 안다. "뼈에 시린 추운 바람을 맞아보지 않으면, 어찌 매화향을 코속으로 맡을 수 있겠는가" 호남인들은 이 이치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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