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병사: "병(兵), 정(丁), 졸(卒), 용(勇)"은 어떻게 구분되는가?
글: 설정사기(雪亭史記)
청나라궁중드라마를 보면 아마도 이런 모습에 익숙할 것이다. 머리에 붉은색의 두립(斗笠)을 쓰고 변발을 기른 청나라병사들의 상의 중간에 둥근 원 안에 "병(兵)", 혹은 "정(丁)", 혹은 "졸(卒)", 혹은 "용(勇)"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마치 상품에 브랜드를 붙인 것처럼.
병사들의 복장에 왜 이런 글자를 써놓았을까? 병, 정, 졸, 용은 각각 무슨 뜻일까?
어떤 사람은 그건 간단하지 않냐고 말하지 않을까 모르겠다.
병과 졸은 장기의 소병과 소졸처럼 청나라의 가장 하급의 병종으로 선봉으로 적진으로 돌진하는 역할을 해서, 대포받이 되는 것을 말하지 않느냐고. 한 마디로 말해서 장교가 뒤에서 명령만 내리면 병과 졸은 적진으로 돌진다가 죽는 병사일 것이라고.
정과 용은 다르다. 모두 전공을 세워서, 장교에게 발탁되어 '신분'이 있는 병사라고. 특히 "용"은 용기를 대표하는 것이고, 용기의 상징이다. 소병소졸중 뛰어난 자들이며 그들의 우두머리라는 뜻일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전투를 벌일 때, 정과 용은 정과 용은 맨 뒤에서 마지막 돌진을 하는 역할이고, 정과 용이 일단 출전하면 승부를 결정할 중요한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 것이 아니냐고.
정말 그럴까?
답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아래에서는 병, 정, 졸, 용이 무슨 뜻인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용
먼저 용을 알아보자. "용(勇)"이라는 글자를 보면 모두 용맹하다는 뜻을 떠올릴 것이다. 예를 들어, 무송은 아주 대단하고 아주 용맹하다. 그는 혼자서 맹호를 잡지 않았는가. 혹은 저 아가씨는 용기가 대단하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무뢰배의 뺨을 세 대 때려서, 무뢰배를 꼼짝못하게 만들다니....등등. 이것이 아마 대다수 사람들이 "용"이라는 글자를 보고 생각하는 것일 것이다. 왜냐하면 글자 자체의 의미를 보면 "용"은 확실히 그런 의미이니,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러나, 사실은 그와 전혀 다르다. 청나라병사들 중에 "용"은 모든 병사들 중에서 최하급의 존재이다.
이건 이상하지 않은까?
그러나, 사실이 바로 그러하다.
청나라때, "용"은 바로 "향용(鄕勇)"이라는 뜻이다. 조금 듣기 좋은 말로 하면 "고용병"이다. 조금 듣기 거북한 말로 하면 편제에 들어있지 않고, 계약도 체결하지 않고, 싸우는 일자에 따라 급여를 받는 임시공이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면 아마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청나라말기, 청군이 염군(捻軍)과 교전하고 있었다. 우록액진(牛祿額眞, 고위장군) 소화태(蘇和泰)는 3천명의 선봉대를 이끌고 원래 전공을 세우려 했었다. 원래는 염군을 소탕하는 일은 독안에 든 쥐를 잡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매복에 걸려 갑옷과 무기를 잃고 하마터면 전멸할 뻔했다.
요행히 도망친 그는 겨우 남은 오백명을 이끌고 한편으로 철군하면서, 한편으로 찡그린 얼굴로 부관 아림보(阿林保)에게 말한다:
"앞에는 호화새(胡和塞, 토비)가 지키는 오룡산(烏龍山)이 있다. 그곳을 지나야 하는데 그들은 천명이나 된다. 호화새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우리같은 청군인데 만일 싸우게 되면 우리의 인원수로는 그들을 이기기 힘들 것이다..."
그러자 곁에 있던 부관이 그의 말을 듣고 신경쓰지 말라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안심하십시오. 괜찮습니다. 우리는 부근의 마을에서 임시로 1천며 향용을 모집하여 잠시 병력수를 확보하면 됩니다. 지금 향용은 우리 정규군보다 대단합니다. 그들로 하여금 서 있게 하면, 호화새가 아무리 대담하더라도 감히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게 해서 오룡산을 지난 다음 다시 그들을 해산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소화태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그는 그다지 안심은 되지 않아서, 이렇게 묻는다:
"그게 통할까?"
아림보는 당연히 소화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가슴을 치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안심하십시오. 현재 팔기군도 그렇게 합니다. 대청의 군혼은 이미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소화태는 머리를 들어 하늘의 노을을 보면서 쓴웃음을 짓고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보기에 그 방법밖에 없는 것같군!"
이렇게 하여, 아림보는 향용을 모집한다. 금방 선봉대는 인원수가 많아졌다. 이번에 모인 병사의 의복에는 모두 "용"이라고 쓰여 있었다.
소화태는 향용을 위주로 바꾸니 부대를 보고, 얼굴에는 복잡한 기색을 띄었다. 비록 새롭게 구성된 부대의 전투력이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들 향용의 사기는 이전의 청군보다 훨씬 나았다.
아림보가 예측한 것처럼, 향용이 추가되자, 선봉대는 순조롭게 오룡산을 통과했을 뿐아니라, 의외로 호화새가 보내온 500냥백은의 선물까지 받는다. 그리하여 소화태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게 된다. 은자와 함께 온 것은 호화새가 직접 쓴 서신이었다:
"우리는 우물물이 강물같이 서로 침범하지 맙시다. 자그마한 은량은 성의에 부족하나 친구로 삼기 위한..... 호화새."
서신을 막 읽고난 후, 아림보가 향용을 해산시키는 것을 보고 소화태는 장탄식을 했다:
"이런 대청이 어찌 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부르면 모여들고, 일이 끝나면 흩어진다. 이것이 바로 "용"의 당시 현상이다. 그저 군사행동을 준비하는데, 청군에서 인원이 부족하다고 여기면, 민간에서 아무렇게나 임시로 사람을 모아서 수를 채우는 것이다. 행동이 끝나면, 이들은 바로 해산된다.
정규편제도 없고, 장기적인 계약도 없다. 향용은 일반백성들만도 못했다.
병
"용"과 비교하면, 몸에 "병"자를 붙인 사람은 완전히 다르다. 이들은 청군의 정규부대이다. 편제에 들어있고, 정규계약이 된 직업군인이다.
그외 그들의 대우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병은 매달 급여를 받고, 사회보장을 받는다. 은퇴후에도 보장된다. 용의 경우에는 겸직으로 잠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에 불과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신의 원래 일을 한다. 예를 들면 농사를 짓거나 주인집의 소를 돌본다든지...
청나라말기에, 태평천국이 천하를 어지럽힐 때, 증국번은 병력을 모아 상군을 만든다. 비정규군인 향용을 연용(練勇)으로 바꾸어, 병사의 편제를 정하고, 물자를 공급했다. 그들은 '병'과 같이 국가에서 급여를 받는 영용(營勇)이 되었다.
그러나, 홍수전이 죽고, 태평천국이 멸망하자, 증국번은 서태후의 의심을 막기 위하여 신속히 연용을 해산하고, 그들의 편제를 취소한다. 이렇게 그들의 일자리는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용은 결국 일시적으로 전투에 참가하고 끝나면 흩어지는 것이다.
졸
이어서 졸을 보자.
졸은 듣기에 그다지 좋은 뜻이 아니다. '죽음'이라는 뜻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성방군(城防軍)에 소속되어 있고, 직접 관청에서 관리한다. 준사병이라고 할 수 있고, 경찰과도 유사하다.
정부의 직속관할에 속하기는 하지만, 졸은 전쟁터에 나가서 싸우지는 않는다. 그들의 주요임무는 사회치안을 관리하는 것이고, 길거리에 공고문을 붙이는 일등을 한다.
그리고 아역(衙役), 옥졸(獄卒)등이 '졸'의 대표직업이다.
정
마지막으로 정을 보자.
엄격히 말해서 정은 병사라 할 수 없다. 기껏해야 정부의 잡역부이고 후방보급업무이다.
예를 들어 창고를 지키는 사람을 고정(庫丁)이라고 하고, 세금을 거두는 사람을 세정(稅丁)이라고 하며, 소금을 관리하는 사람을 염정(鹽丁)이라고 하고, 서양인의 비자를 담당하는 사람을 양정(洋丁)이라고 불렀다.
병은 정규군이고, 용은 임시고용군이며, 졸은 치안관리원이고, 정은 후방보급인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