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선진)

당금의 국제정세와 춘추전국시대

중은우시 2022. 3. 5. 02:14

글: 이중천(易中天)

 

어떤 사람이 이렇게 물었다: 당금의 국제정세와 춘추전국시대간에 어떤 상이점이 있습니까. 서로 비교할만합니까?

나의 결론은 아주 간단하다: 비교할 수 없다. 왜 그런가?

먼저 두 가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춘추와 전국은 두 개의 완전히 다른 시대이다

당금의 국제사회는 춘추전국시대와 다르다.

 

춘추와 전국

 

춘추전국시대에 국제사회가 있었는가?

있었다. 주, 제, 진, 초는 모두 나라이다.

외교라는 말도 있었다. 당시에도 있었다.

그러나, 춘추와 전국은 나라의 성격이 달랐다.

춘추시대의 나라는 반독립주권을 가졌을 뿐이고, 명목상으로는 여전히 주나라천자의 분봉국이었다. 혹은 주나라연맹의 구성국이었다.

전국칠웅은 그러나 완전한 주권국가들이었다.

그러므로, 춘추와 전국은 시대가 다르다.

 

춘추는 '쟁패시대'이다.

 

춘추는 왜 쟁패시대인가?

왜냐하면 당시에는 주나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나라는 나라 위의 나라였다.

주나라의 국군만이 왕(王)이라 칭할 수 있었고, 천자(天子)라고도 불렸다.

다른 나라는 그저 공후백자남(公侯伯子男)이라 불렸다.

그래서 주나라천자의 지위가 가장 높아서 지존이었다.

아쉽게도 춘추시대에 이르러, 지존의 역량은 줄어들었고, 국제질서를 유지할 힘이 없어졌다.

이떄는 역량이 가장 강한 나라가 일을 주재했다.

일을 주재하는 이 최강자가 패주가 되었다.

그래서 춘추의 전쟁은 하나의 목적이 있고, 세 가지 전제가 있다.

하나의 목적은 무엇인가?

패주가 되는 것이다. 즉 칭패(稱覇)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큰형님이 되는 것이다.

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세 가지 전제를 준수해야 한다.

첫째,

천하에 공주(共主)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공주는 바로 주천자이다. 반드시 그의 지존지위를 인정해야 한다.

쟁패전쟁에서 승리한 나라는 역량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그저 '패주'라고 불릴 수밖에 없었다.

패주는 공주가 아니다. 여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엇다.

싸울 수 있는 것은 '최강'이지 '지존'이 아니다.

둘째

공동의 가치관이 있다.

간단히 말해서, 화하문명을 인정하고, 화하문명이 가장 선진적이라는 것을 인정하며 그것을 유지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합쳐서 부르는 용어가 있다. 바로 "존왕양이(尊王攘夷)"

존왕은 바로 주천자를 인정하는 것이고, 

양이는 바로 화하문명을 유지보호하는 것이다.

셋째,

게임규칙이 있다.

게임규칙은 다음의 내용이 포함되나 그에 한하지 않는다

먼저, 약속하고 싸워야한다는 것이다. 선전포고없이 전쟁을 개시할 수는 없다.

약속하고 싸우는 곳은 일반적으로 모두 변강(邊疆, 변경)이다.

그래서 이 곳은 강장(疆場)이라고 부른다.

강장은 일반적으로 야지(野地)이다.

그래서 이런 전쟁을 야전(野戰)이라고 부른다.

싸우기로 약속한 후, 모두 천천히 강장에 도착한다. 그 후에 영채(營寨)를 꾸리고, 그후에 서로 사절을 보내고 다시 선전포고를 한 후 싸움을 시작한다.

이것이 두번째 게임규칙이다.

다음으로, 싸울 때는 반드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즉, 왜 이 싸움을 벌이는가? 명분이 없이 싸울 수도 없고, 돌연 기습할 수도 없으며, 아무런 이유없이 출병할 수도 없다.

예를 들어, 제환공이 초성왕을 치러갈 때를 보자.

약속한 전투장소에 도착한 후, 초성왕이 문서를 보낸다:

"그대는 북해에 살고, 과인은 남해에 산다. 서로 풍마우불상급(風馬牛不相及)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풍마우불상급인가?

바로 동물이 발정이 난 후에 냄새를 풍기게 되는데 그것을 '풍'이라 한다.

이 말의 뜻은 바로

그대는 북쪽에 있다 즉 현재의 산동이다. 과인은 남쪽에 산다. 즉 현재의 호북이다. 우리 두 나라는 말과 소처럼 연애를 하더라도 멀리까지 갈 필요가 없다. 그런데 왜 와서 나와 싸우려고 하는 것인가?

제환공은 관중을 보내어 이유를 설명한다:

이유가 아주 웃긴다. 그 중의 하나는 이러했다

"이공포모불입(爾貢包茅不入), 왕제붕공(王祭不供)"

무슨 뜻인가?

너희 초나라는 의무에 맞춰서 주왕에게 술을 여과하는 포모를 보내지 않았다. 그리하여 주천자는 깨끗한 술을 만들지 못해 천지와 조상에 제사를 지내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너를 치는 것이다.

하하, 여과지를 보내지 않았다는 말인가?

그러나 패권주의자가 전쟁을 일으키는데, 정말로 무슨 이유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핑계만 있으면 바로 전쟁의 명분이 될 수 있다.

당연히 이 전쟁은 결국 싸움까지 가지 않았고, 열병식으로 바뀌게 된다.

열병때, 제환공은 초나라의 총사령관에게 말한다. 나의 이 병사들을 봐라. 이렇게 많은 인원으로 싸우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이 부대로 성을 공격하면 어느 성을 함락시키지 못할 것인가?

초나라의 총사령관이 대답한다. 우리의 호성하는 한수(漢水)입니다.

그 결과 둘은 조약을 맺고 끝낸다.

만일 실제로 전쟁을 진행하게 된다면 역시 여러가지 규칙이 있다.

제1조, 불고불성열(不鼓不成列)

즉 진세를 다 갖추기 전에는 부대에 진군하도록 전고를 울릴 수 없다는 것이다.

제2조, 부중상(不重傷)

상대방의 전사에게 중복하여 상처를 입힐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부상을 입히게 되면 경중을 불문하고 교전하던 전사는 전투에서 물러나야 한다.

제3조, 불금이모(不擒二毛)

머리카락이 하얗게 된 노인은 포로로 잡을 수 없다. 왜냐하면 나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제4조, 불축배(不蓄北)

적이 만일 패배하여 도망치게 되면 추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추격하려면 할 수 있지만, 오십보까지만 가능하다. 즉 상대방이 오십보를 도망치면 더 이상 쫓아가지 않으니 안전지대에 도착한 것이 된다.

그래서 춘추시대에 오십보백보라는 말이 있다. 오십보를 도망친 사람이 백보를 도망친 사람을 비웃을 수 있었던 것은 오십보만 도망치면 이미 안전한데, 굳이 백보까지 도망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바보가 아니라면.

왜 이렇게 많은 전쟁규칙이 생겼을까?

그것은 쟁패전쟁이기 때문이다.

쟁패는 어쨌던 상대방을 굴복시키면 그만인 것이다.

누가 큰형님이 되는지는 주먹으로 따지는 것이다.

 

전국은 겸병시대(兼幷時代)이다.

 

전국은 겸병의 시대이다. 전국의 전쟁은 겸병전쟁이다.

즉, 하나의 국가는 반드시 다른 국가를 멸망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교전 쌍방은 대량의 병력을 투입하고, 규칙은 전혀 지키지 않게 된다. 그래서 돌연한 기습, 각종 음모궤계를 쓰게 된다. 병행궤도(兵行詭道), 병법은 속이는 도리이다. 병이사립(兵以詐立), 병법을 속이는 것으로 세운다. 이런 말들이 다 그런 뜻이다.

인원의 사상도 대량으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진나라와 조나라간의 장평지전에서 항복한 병졸 사십오만명을 갱살한다.

당연히 고인들의 숫자는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

예를 들어 적벽대전에 조조가 손권에게 보낸 선전포고서에 어떻게 쓰여 있는가?

"금치수군팔십만중(今治水軍八十萬衆), 방여장군회렵어오(方與將軍會獵於吳)"

그에게 팔십만 수군이 있었는가?

없었다.

북방에서 데려온 인원에 형주의 유종이 투항한 숫자까지 합쳐서 이십오륙만이다.

그리고 그건 모든 군대의 숫자이다.

어디 팔십만 수군이 있단 말인가.

그래서 고인들의 여러 숫자는 우리가 적당히 깍아서 들어야 한다.

다만 우리는 진조간의 장평지전에서 항복한 병졸 사십오만을 갱살했다는 기록을 본다.

아무리 줄여서 계산하더라도 역시 공포스러운 일이다.

한번 더 줄여서 계산하더라도, 역시 아주 공포스러운 일이다.

결국 어떻게 되는가?

전체 천하가 한 나라로 줄어들고 나서야 전쟁이 멈추게 된다.

 

간단한 결론

 

그럼 물어보자:

춘추시대에는 천하공주를 인정했고, 공동문명을 인정했고, 공동규칙을 지켰다. 이 세 가지 전제가 당금의 국제사회에 있는가?

없다.

전국시대에는 반드시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소멸시켜 병합하려 했다. 이것이 현재의 국제정세와 들어맞는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최소한 전세계가 하나의 국가로 만들려는 것은 아무도 생각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나의 결론은 이러하다:

옛날 경험은 쓸모가 없다. 필요한 것은 새로운 지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