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項羽)의 최대의 적은 누구인가?
글: 조성명(曹聲明)
사마천의 <사기>를 살펴보면, 우리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전혀 다른 얼굴의 두 개의 항우이다: 하나는 풍운을 질타하고, 용감하게 전진하며, 천하를 휩쓰는 무적의 항우이고, 다른 하나는 강퍅자용하고 광망잔폭하며, 실패와 멸망의 길로 한걸음 한걸음 나가는 항우이다. 우리가 이 두 개의 서로 다른 면목의 항루를 보고난 후, 서로 다른 시기의 서로 다른 행동을 보고 난 후,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누가 비로소 항우의 진정한 적인지. 누가 이 역발산기개세의 초패왕을 무너뜨렸는지, 그리고 누가 그를 십면매복에 빠지게 하고 눈물을 흘리며 패왕별희를 연출하게 하였는지를.
항우는 숙부 항량을 따라 거병할 때 나이가 겨우 24살이었다. 그는 원래 초나라명장 항연의 손자이다. <항우본기>의 기록에 따르면, 항우는 키가 8장여이고 힘은 능히 정(鼎, 세발 솥)을 들어올릴 정도였다. 그가 어렸을 때, 글을 열심히 배우지 않았고, 검술을 배워도 성공하지 못했다. 숙부는 화를 냈지만, 그는 말하기를 나는 만명을 이기는 재주를 배울 것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숙부는 기뻐하며 그에게 병법전략을 가르친다. 다만 그는 내용을 대강 알게 된 후에는 또 다시 더 공부하려 하지 않았다. 항우는 진시황이 출유때 위엄있는 의장대를 데리고 가는 것을 보고는 이런 말이 입에서 그냥 튀어나왔다: "저 자리를 내가 대체하여 차지하겠다." 사마천은 사학의 태두이다. 그는 항우의 청소년시기의 언행에서, 이미 그의 미래 사업성패의 단초를 민감하게 깨달았다. 사마천의 몇 마디 글에서 우리는 두 가지 항우를 엿볼 수 있다: 하나는 힘이 세고, 담이 크며, 뜻이 큰 항우이다. 다른 하나는 지식을 경시하고, 스스로가 올바르다고 여기는 항우이다. 힘이 크고, 담이 크고, 뜻이 큰 항우는 난세영웅의 게임규칙에 완전히 부합한다. 무력으로 중원을 축록하는 전쟁시기에 누구의 주먹이 센지에 따라 그가 천하를 차지하는 것이다. 항우는 우월한 조건을 제외하고도, 또 다른 숨은 자산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의 할아버지 항연 및 초회왕의 명인효과이다. 항량, 항후 숙질이 거병할 때, 초나라땅의 여러 의군들은 항연과 초회왕의 명성을 듣고 그들에게 귀순한다. 다만, 항우는 그의 할아버지와 초회왕의 영령이 주는 신기한 역량을 보지 못했다. 그는 몰랐다. 이것은 당시 천하에서 반진폭동의 대추세일 뿐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승리의 모든 공로를 자신에게 돌린다. 이것은 무형중에 자신의 광망무지를 확대재생산하니 실로 자지자명(自知自明)하지 못한 짓이었다.
항량이 전사한 후, 항우는 초회왕의 명을 거짓으로 전하여, 전투에서 겁을 먹고 명을 어긴 송의(宋義)를 참살하고 초군을 이끌고 파부침주(破釜沈舟)시켜, 일거에 사기를 끌어올려 진군 주력을 격파한다. 사마천은 그의 붓을 이용하여 생동감있게 항우가 진을 멸망시킬 때의 경천동지할 역사대결전을 묘사했다: "초가 진을 칠 때, 제후들은 모두 벽위에서 보았다. 초나라전사는 하나같이 일당십이었다. 초병의 고함소리는 하늘을 울렸고, 제후군은 모두 두려움에 빠진다. 그래서 이미 진군을 격파하고, 항우가 여러 제후장수들을 접견할 때, 원문을 들어가면서, 하나같이 무릎으로 기어서 나아갔고, 감히 쳐다보지를 못했다." 이때의 항우는 진정 천하를 석권하고 천하에 적수가 없는 거목이 되었다. 그는 포악한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안정시킨 정의와 역량의 화신이다. 의문의 여지없이, 황제의 보좌는 정정당당하게 항우의 엉덩이 아래에 놓일 수 있었다. 그러나 바로 이 때, 눈앞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오만한 항우가 나타난다. 중대한 전략결정은 모두 그가 기분내키는대로 하게 된다. 그의 내부첩자인 항백의 "다음 날 사병들을 배불리 먹인 후, 패공의 군대를 격파하자"는 중대한 전투계획을 너무나 쉽게 바꾸어 버린다. 그리하여 유방을 없앨 가장 좋은 시기를 잃어버리게 된다. 홍문연에서 그는 항백이 공개적으로 유방을 비호하는 이상한 거동에 대하여도 본체만체 한다. 그리하여 유방이라는 이미 다 익은 고기를 놓치게 된다. 항우는 순식간에 두 가지 얼굴이 바뀌어 나타났다. 이것은 마치 두 개의 항우가 싸우는 것같다. 거록지전에서의 승리후, 천하에서 진나라의 통치하에 고생한지 오래된 백성들은 편안하게 살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항우는 인심을 거슬러, 분봉제를 실시한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한다. "부귀하고서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비단옷을 입고 밤에 다니는 꼴이다. 누가 알아보겠는가?" 이처럼 천하의 비웃음을 살만한 천박한 말을 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관중을 차지하고 천하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정확한 의견을 내놓은 모사를 팽살해버닌 것이다. 손에 넣은 강산을 이렇게 그 자신이 버려버린 것이다. 그러나, 비단옷을 입고 고향으로 돌아간 항우가 앉은 의자가 아직 충분히 따뜻해지기도 전에 천하에는 전쟁의 봉화가 다시 피어오른다. 그는 할 수 없이 사방으로 토벌하러 다녔고, 자신이 친히 불붙인 천하에 널리 퍼진 전쟁의 불을 끄러 다녔다.
초한상쟁의 초기에, 항우는 전투에서 절대적인 우세를 점한다. 여러번 포위망에 들어온 유방은 요행이 호구에서 벗어나곤 했다. 다만, 항우의 잘못된 조치가 계속되면서, 유방은 한걸음 한걸음 열세를 우세로 전환시킨다. 항우는 점차 전쟁터에서의 주도권을 상실하고 결국 철저히 실패한다. 사마천은 <항우본기>의 시작편에서 이미 항우가 무력을 숭상하고, 지식을 멸시하는 인격적 결함을 언급한 바 있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그가 강퍅자용, 광망자대하는 성격이 죽을 때까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홍문연에서 그는 암중으로 그에게 유방의 기밀군사정보를 알려준 조무상을 노출시킨다. 그리고 항백의 공공연한 통적행위에 대하여도 본체만체 한다. 진평이 항우와 범증을 이간시키는 반간계는 그다지 고명한 점이 없었는데, 두뇌가 간단한 항우는 쉽게 속아넘어간다. 그리하여 자신의 유일한 고급참모인 범증이 화를 내고 떠나게 된다. 이것은 실제로 항우가 스스로 자신의 팔을 잘라버린 꼴이다. 전쟁은 힘을 다투는 것뿐아니라, 머리를 다투는 것이다. 천박하고 무지한 항우는 계속 장량, 진평의 함정에 빠져드는데 그게 이상할 일도 아니다. 유방도 항우와 마찬가지로, 전혀 글이라고는 읽은 적이 없는 무지랭이다. 그가 반란을 일으켰을 때, 글읽은 사람을 아주 싫어했다. 심지어 유생의 모자릅 변기로 쓰기까지 한다. 다만, 그는 지식의 중요성을 깨달은 후, 즉시 태도를 바꾼다. 위난을 만나면, 즉시 고개를 숙여서 문인들에게 가르침을 구했다. 사서를 뒤져보면, "어떻게 할까"란느 말은 거의 유방이 입에 달고 다닌 말이다 항우를 보면, 그가 진군의 주력을 대파할 때, 천하의 영웅호걸을 모조리 자신의 수하로 끌어들였다. 한신, 진평과 같은 광세기재들도 모두 그의 부하로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스스로 대단하다고 여기고, 아무도 눈에 두지 않는 오만한 항우는 매번 자기 마음대로 하고, 모든 일을 독단적으로 처결했다. 첩자인 숙부 항백, 멍청한 동생 항장등의 엉터리같은 짓을 하는 자들을 요직에 두고, 군사기재 한신은 그저 지극위사로 쓴다. 유방,항우 두 사람의 차이는 너무나 커서 깜짝 놀랄 정도이다.
인심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이것은 역사의 철칙이다. 역대이래의 평론가들이 항우를 얘기할 때면, 가장 많이 비판하는 것이 성격결함이다. 그리하여 그는 인심을 잃는 이 가장 중요한 것을 못보는 것이다. 사람들이 "살아서는 인걸이요 죽어서도 귀웅이다"라고 영웅 항우를 칭송하면서 왕왕 또 다른 폭군 항우를 잊는 경우가 많다. 항우는 남정북전의 5년기간동안 6번에 걸쳐서 도성(屠城, 성의 사람들을 도살)하고, 3번에 걸쳐 투항한 병사들을 갱살(坑殺)시킨다. 규모가 가장 큰 때는 20여만의 진군 투항병사를 산채로 매장해 죽인다. 항우가 함양에 들어간 후, 무수한 휘황하고 장려한 진나라궁전을 불태워 버린다. 큰 불은 3달이나 그치지 않았다. 이번의 손실은 진시황의 분서갱유보다 컸다. 선진이전의 역사문화는 치명적인 파괴를 당한다. 항우의 이러한 참혹한 폭력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것은 유방이 관중에 들어갔을 때 추호도 백성들을 해치거나 범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 천하의 인심향배는 이미 결정되었다.
지적해야할 점은 항우가 실시한 이런 폭행은 양성에서 투항병사를 갱살한 것이외에, 모조리 그가 진군의 주력을 격파한 후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하게, 항우가 취득한 거대한 군사승리는 그의 사업이 흥성에서 쇠망으로 바뀌는 전환점이 되었다. 진나라를 멸한 이후, 무적의 영웅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마음대로 함부로 일을 벌이는 폭군이 나타난 것이다. 천하가 모두 그를 토벌하겠다는 도도한 노도하에서 그는 금방 침몰해간다. 유방이 천하를 빼앗은 후, 누군가 비웃듯이 말했다. "세상에 영웅이 없어지니 이런 어줍잖은 녀석이 이름을 얻는다." 유방을 어줍잖은 녀석으로 부르는 것은 전혀 지나치지 않다. 왜냐하면 유방은 항우와 비교하자면, 출신, 능력, 천시, 지리 그 어느 면에서는 같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그 난세에서, 누가 민심을 얻고, 인화를 점하느냐에 따라 그가 성공할 자격을 얻는 것이다. 초한상쟁의 저울위에서, 인심의 향배는 저울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어줍잖은 녀석이 영웅을 최종적으로 이겼다. 역사는 이렇게 무정하게 스스로 대단하다고여기는 미치광이를 조롱한다.
자세히 생각해보면, 하늘은 항우를 너무나 편애했다. 그에게 기회를 너무나 많이 주었다. 아쉽게도, 그는 계속 좋은 기회를 놓치기만 한다: 찾아온 모신, 양장을 그냥 보내버린다. 손안에 넣었던 적수를 쉽게 풀어준다. 손에 다 넣은 강산을 쉽게 버려버린다. 좋은 패를 쥐고도 깡그리 잃어버린 것이다. 그가 사면초가에 처하고, 갈 길이 없어졌을 때는 이렇게 탄식한다: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한 것이다." 사마천이 "어찌 황당한 말이 아니겠는가?"라고 할 만하다. 오늘날, 우리는 역사의 하늘아래서 두 명의 항우가 얼굴을 바꾸는 모습을 보면서 탄식하지 않을 수 없다. 패왕별희의 역사적 비극이 막을 내릴 때, 우리는 마침내 깨닫게 된다: 아무리 위대한 영웅이든, 아무리 영명한 호걸이든 그의 곁에 영원히 잠복하고 있는 가장 강대하고 가장 무서운 적은 그의 사업이 성공하면할수록, 이 적은 더욱 위험해진다. 이것은 그림자처럼 곁에 따라다니는 것으로 바로 그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