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項羽): 변태심리의 살인마왕
글: 양려광(楊黎光)
항우와 같이 잔혹한 살인마왕을 고귀한 영웅으로까지 추켜세우는 것은 어느 정도 후세 문인들의 심리적인 변태기질을 드러내고, 피학적인 경향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는 폭력숭배이다. 사마천이 <<사기>>에 쓴 내용을 분석해보면, 우리는 대체로 이런 인상을 가지게 된다: 유방은 도덕(道德)적 결함이 있는 인물이고, 항우는 인격(人格)적 결함이 있는 인물이다. 오늘날의 말로 하자면, 그는 심리가 변태적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마천은 항우와 유방을 비교하면서, "항우는 포악하고 유방은 공덕을 행했다"고 말한 것이다. 맞다. 유방은 출신이 미천하고, 내력이 올바르지 않다. 그는 그저 지방깡패출신이다. 그러나, 그는 어쨌든 정상적인 사람이다. 그는 확실히 나쁜 짓도 많이 하고, 추악한 짓도 많이 했다. 그러나 그는 기본적으로 "남에게는 해롭지만 자신에게는 이로운 일'을 한다는 행위논리에 부합한다. 항우가 한 나쁜 짓은 대부분이 "남에게도 해롭고, 자신에게는 이로움이 없는 일"이다. 근본적으로 보면 정상인의 행위논리에 맞지 않는다. 그는 완전히 마음이 좁고, 의심이 많으며, 대부분의 시간과 생활을 뭔지모를 원한과 공포 속에서 살았다. 살인을 주업으로 하면서도 가끔 아녀자의 인자함도 보이는 정신분열자였다.
포악한 사람은 대부분 즐겁지 않다. 그 자신이 즐겁지 않아서, 다른 사람이 즐거운 꼴을 보지 못한다. 그는 아마도 초인적인 능력을 지녔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해할 수 없는 파괴자이다. 그는 마귀이다. 이런 사람에 대하여, 어떤 사람은 그를 싫어하고, 어떤 사람은 그를 두려워하고, 당연히 어떤 사람은 그를 존경하고, 숭배한다.
<<항우본기>>안에 기록된 큰 사건은 대부분 살인 방화와 관련된다. 시작하자마자, 사마천은 바로 이렇게 말을 꺼낸다. 항량, 하우는 살인으로 인하여 오중에 피난와 있다고. 진2세 원년, 진승등이 대택향에서 의거를 일으키고, 회계군수 은통(殷通)은 항량을 찾아와서 상의를 한다. 현재 강북의 많은 곳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이것이 아마도 진나라를 전복시킬 좋은 기회인 것같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는 항량과 환초(桓楚, 또 다른 초나라 장수)에게 병사를 이끌고 난리틈을 타서 진나라를 무너뜨리고자 하였다. 아마도 은통은 그가 항량, 항우 숙질을 자신의 땅에 숨겨주었으므로 자신이 그들에게 은혜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들을 신뢰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항량과 항우는 모두 의심이 많고 살인을 하고도 눈하나 깜박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음모를 꾸며서 은통을 죽여버린다. 그후에 항량은 손에는 은통의 수급을 들고, 허리에는 은통의 인수를 찬다. 은통의 부하나 호위들은 이를 보고 모두 대경실색한다.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항우는 다시 백팔십명을 죽여버린다. 은통의 집에서 살아있는 사람은 놀라서 모두 땅바닥에 엎드린다. 이렇게 하여 항량은 회계군수가 되고, 항우는 비장(裨將)이 된다.
은통은 항량,항우에게 은혜도 있고, 정리도 있고, 의리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은통을 죽인 것만으로도 모자라서, 은통의 집안사람 백팔십명까지 죽여버린다. 이때부터 항우는 패업을 추구하는 과정에 들어선다. 이는 바로 무고한 자들을 함부로 죽이는 과정의 시작이었다.
양성(襄城)으로 진공하면서, 항우는 병사를 이끌고 전투를 크게 치렀다. 처음에 이 전투는 그다지 순조롭지 못했다. 양성군수는 투항하지 않았고, 이때문에 항우는 크게 화를 낸다. 성으로 쳐들어간 후에 성안의 군민을 모조리 갱(阬)하였다. 즉, 모조리 산 채로 묻어버렸다. 항우는 유방을 데리고 성양(城陽)을 함락시킨 후, 다시 '도(屠)'한다. 즉, 성안의 사람들을 죽여버렸다. 항우의 전투사례에서 우리는 자주 두 가지 단어를 만나게 되는데, 하나는 "갱지(阬之)"이고 하나는 "도지(屠之)"이다. 가장 유명한 '갱지' 사건은 진나라 장수 장한이 무리를 이끌고 촤라에 투항한 후, 항우는 자신의 부하를 지휘하여 하룻밤만에 투항한 병사 이십여만명을 갱살했다. 생각해보라, 도대체 얼마나 규모가 큰 갱살사건인가?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여서 묻다니. 이는 역사상으로도 보기 드문 일이고 경탄할만한 '영웅적 업적'이다. 어떤 사람이 이렇게 무고한 자들을 함부로 죽일 수 있을까? 심리적으로 변태인 경우가 아니라면, 도대체 해석이 되지 않는다.
유방은 함양에 들어간 후 전혀 군기를 어기지 않았다. 그리고 곳곳에 소문을 퍼트려서, 우리는 백성들을 위하여 해악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항우는 함양으로 들어서자 마자, 먼저 이미 투항항 진왕 자영(子嬰)을 죽여버린다. 그리고는 진나라왕궁을 불태운다. 이 불은 3개월이나 탔다. 이와 동시에 무수한 재물, 부녀를 약탈하여, 하루도 편한 날이 없게 만든다. 민심을 모두 다 잃어버린다. 누군가가 그에게 좋게 말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그러자 오히려 욕을 한마디 해준다: "목후이관(沐嬰而冠)". 그러자 항우는 그를 큰 솥에 넣어서 삶아죽인다. 그는 살인을 좋아했을 뿐아니라, 살인의 수법또한 흉악하고 잔인했다. 한마디로 사람이 아니었다.
살인을 할 줄 알고, 살인을 감히 저지르는 각도에서 보자면, 항우는 확실히 '대영웅'이다. 그는 스스로 서초패왕에 오르자 마자, 당초 거사때 옹립한 의제(義帝), 원래 허명밖에 없던 그림자제왕. 초회왕을 죽여버린다. 그후에 다른 제후의 도전에 직면한다. 그리하여 새로운 살인게임이 다시 시작된다. 이때 항우의 주요한 적수는 원래 진나라군대에서 유방에게 넘어간 한군(漢軍)이었다. 쌍방의 교전초기에, 항우는 기세가 등등했다. 팽성의 전투에서, 그는 초나라군대를 지휘하여 먼저 십만한군을 죽인다. 한군은 남으로 도망쳐 산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영벽동쪽의 수수(睢水)변까지 추격해간다. 그리고 거의 십만한군을 죽여서 시체가 강물을 막을 정도였다. 이렇게 하여 수수는 물이 흐르지 않게 된다.
항우는 세상사람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의 잔폭함으로 잠시 전투에서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유방은 수수의 전쟁터에서 도망칠 때 곁에는 겨우 수십명의 부하만 따르고 있었다. 이번 퇴각에서, 황급히 도망치면서도 유방은 미래의 전투국면을 결정할 주요한 결정을 내린다: 항우수하의 대장 구강왕 경포가 반란을 일으키도록 책동한다. 수하(隨何)는 즉시 명을 받아 경포를 설득하러 간다. 경포는 과연 초나라에 반기를 든다. 표면적으로 보면 수하의 공이지만, 사실 경포는 원래 마음 속으로 항우를 배신할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누가 감히 이처럼 시시때때로 바뀌고, 성격이 포악하며, 살인을 좋아하는 정신병자를 모시고 싶겠는가? 항우가 결국 황제가 되지 못한 것은 아마도 이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을 것이다. 비록 강하였지만, 그의 몸에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인격적인 결함이 있었다.
초나라군대가 형양(滎陽)을 함락시키고 유방의 명을 받들어 이곳을 지키던 어사대부 주가(周苛)를 생포한다. 항우는 주가에게 말한다. 나를 따르라. 내가 너를 상장군에 임명하고 삼군만호에 봉하겠다. 그러나, 주가는 오히려 비웃는다. 내가 보기에는 이 기회에 네가 한왕에게 투항하는게 어떻겠느냐?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네가 한왕의 포로가 될 것이다. 너의 이런 정도로는 절대로 한왕의 적수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항우는 다시 주가를 큰 솥에 넣어서 산채로 삶아죽인다.
주가는 비록 죽었지만, 그의 예언은 실현된다. 항우는 확실히 유방의 적수가 아니었다. 다시 2년도 지나지 않아서, 항우는 유방과 각 제후들에게 해하에서 겹겹이 포위된다. 그는 마침내 황제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 오히려 외롭게 홀로 남아서 오강에서 자살하는 최후를 맞이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의 머리를 들고, 그의 몸을 나눈다. 시신과 수급이 사분오열된다. 살인을 놀이처럼 생각하던 자에게 이것은 하나의 인과응보이다.
나중에 '고귀한 영웅'으로 칭송되는 이 살인마왕은 본질적으로 황당하고 냉혈적인 괴물이다. 그러므로, 유방과 같은 지방깡패도 그보다는 인간성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 유방은 그를 비분강개하여 질책한다. "항복한 진나라자제를 신안에서 20만이나 갱살하고," '진나라궁실을 불태우고, 진시황의 무덤을 팠으며" "진나라의 항복한 왕 자영을 죽였다"는 등 십대죄상을 늘어놓지만, 그는 말문이 막혀서 반박하지 못한다. 그저 '대노'해서 유방에게 화살을 날릴 뿐이었다.
그는 심리적인 변태로 즐거움을 모르는 인간이엇다. 태사공의 <<항우본기>>에 우리는 "희(喜)", "열(悅)", "락(樂)"과 같은 쾌락과 관련된 단어를 찾아보기 힘들고, 대부분이 "노(怒)", "대노(大怒)", "진목이질지(瞋目而叱之, 눈을 부릅뜨고 질책하다)"등이 보일 뿐이다. 그는 마치 항상 얼굴을 굳히고, 눈썹을 찡그리며, 눈을 치켜뜨고 있는 것같다. 그는 생활을 적대시하고, 생명을 적대시했다. 그는 전투에서 패배해도 사람을 죽이고, 전투에서 승리하면 더 많은 사람을 죽였다. 그는 아마도 딱 한번 웃는 얼굴을 보여준 것같다. 그것은 바로 죽기 직전의 참소(慘笑)이다. 그때 그는 분명히 이상하게 웃었을 것이다. 그는 괴이하게 웃으면서, 한편 자신을 구하러온 오강정장에게 말했다: "하늘이 나를 망친 것이지...."
그는 이렇게 스스로 즐겁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갖은 방법을 써서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파괴하는 사람이었다. 후인들이 즐겨 얘기하년 "패왕별희"의 극은 일부인들의 "영웅에게는 미인이 어울린다"는 도색적인 억측으로 일장춘몽을 얘기하는 것 이외에는 중국문화의 심층적인 모순을 얘기할 뿐이다. 항우는 절대로 그리스신화식의 비극적 영웅이 아니다. 영웅의 첫번째 조건은 하늘과 사람에 대한 연민이다. 정의를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항우는 정반대이다. 그는 생명을 초개와 같이 여겼다. 살인을 아이들 장난으로 여겼다. 사실 항우가 보기에, 우희는 그가 타고 있는 오추마만도 못했다. 그래서 그는 죽기 직전에 읊은 노래에서 먼저, "역발산혜기개세, 시불리혜추불서; 추불서혜내약하"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우혜우혜내약하"라고 한 것이다. 말과 미인은 모두 그가 가졌고 좋아했던 것들이다. 지금은 그들을 잃게 되었다. 그러니 아쉬울 것이다. 그 뿐이다. 무슨 인문적인 보살핌이나 인성의 숭고함은 볼 수가 없다. 그와 같은 포악한 살인광이 사랑할 줄 아는 물건이 있을 리 없다.
항우는 철저한 실패자이다. 비록 그는 왕이 되고 패자가 되었지만, 천하의 재물을 무수히 긁어모았지만, 부녀를 무수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지만, 병적이고 결함있는 성격은 그를 사면초가의 운명으로 몰고 갔다. 그는 황제, 권력, 재물의 다툼에서 실패한 자이다. 그리고 생활의 실패자이다. 생명에 대하여 조그만치의 존중도 없던 인물이다. 그러니 생활의 즐거움을 발견할 리가 없고, 더더구나 생활의 즐거움을 누렸을 리가 없다. 우리는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의 인격결함은 도덕결함보다 훨씬 무섭다. 다른 사람에 대하여서이건, 자신에 대하여서이건.
유방은 도덕적 결함이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항우와 비교하자면, 인격이 그래도 건전한 편이다. 동시에 그는 진승처럼 원한을 깊이 품고 있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는 항우나 진승보다 훨씬 즐겁게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