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물보다 진하다(血濃於水): 중국에는 맞지 않는 말
글: 정계진(丁啓陣)
매번 심각한 자연재해를 맞으면, 정부는 구호조치를 취하면서, 고위공무원들은 현장에 나타난다. 그러면, 신문매체에서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血濃於水)"는 단어의 사용빈도가 높아진다.
사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단어는 중국인들은 많이 쓰지 않는 편이 좋다. 아예 쓰지 않는 것이 좋다. 필자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말은 숙적의 입에서 나왔다. 어떤 사람의 고증에 따르면, 영미의 속담 "The blood is thicker than water"에서 왔다는 것이다. 즉, 아편전쟁기간중인 1859년 6월 모일, 영국군대가 천진의 대고(大沽)에서 청나라관병의 교묘하고도 완강한 저항에 부닥쳤다. 공격하다가 막히면서, 사상자도 적지 않았다. 당시 부근의 바다에 떠 있던 미국해군함대 사령관인 Josiah Tatnall이 같은 백인종이 황인종의 포화와 총검아레 피를 흘리며 죽는 것을 보고는, 미국정부가 견지하던 중립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함대로 하여금 대고구포대의 청나라군대를 포격하고, 부하들로 하여금 배에서 내려 영국군의 작전을 도와주도록 명령한다. 이 미군 사령관이 명령할 때 쓴 말을 그대로 하면 바로 "The blood is thicker than water" 즉,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었다.
둘째, 이러한 주장은 중국이 계속하여 표방하는 "다민족국가"와 서로 모순된다. 소위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에서 "피"가 가리키는 것은 가족, 민족, 종족감정이다. 그리고 "물"은 자연재해를 가리킬 수도 있지만, 자신의 가족, 민족, 종족이외의 사람들을 가리키고, 내외를 구별하면서, 내부의 응집력을 강조하며, 외세를 막아내자는 것이다. "56개의 민족, 56송이의 꽃, 56명의 형제자매가 한 가족이다..." 중국문화는 여러 요소를 모두 모아서 가지고 있고, 서로 다른 혈족간에 계속적으로 융합해온 역사를 지니고 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관념은 중국의 문화, 역사와는 배치된다.
셋째,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국경의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의 변경에는 적지 않은 지방이 민족인구분포선에 따라 국경선이 그려져 있지 않다. 예를 들어, 동북삼성 특히 길림성 단동지역, 내몽고자치구, 신강자치구, 운남성에는 모두 중국민족인구(조선족, 몽골족, 위구르족, 카자흐스탄족, 태족등)이 국외의 국가민족과 모두 혈연관계를 가지고 있다. 만일 모두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외친다면, 이들 경내민족은 어떻게 해야하느냐도 문제로 되고, 국경선의 분쟁은 피할 수가 없게 된다.
이전의 경험에 의하면, 반드시 "국제주의전사"들이 들고 일어나서 반박할 것이다. 아편전쟁은 일찌감치 지나간 사건이고, "숙적"이라는 주장도 그저 필자의 마음이 좁다는 것을 드러낼 뿐이고 공박할 것이다. 이번에는 나도 반박할 거리가 생겼다. "The blood is thicker than water"라는 말을 한 것은 미국인이고, 이를 널리 보급하여 사용한 것은 영국인과 미국인이다.
또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은 영어속담의 "The blood is thicker than water" 아편전쟁, 영미군대와 모두 관련이 없다고. 오히려 "적혈인친(滴血認親, 피로 친척여부를 결정한다)", "삽혈위맹(揷血爲盟, 피를 뽑아 맹세한다)"는 중국의 전통에서 기원한 것이라고.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반대할 것이다: 그런 한자기원을 널리 자랑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의 조상이 우매했다는 것을 드러낼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