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년 북경지역 논술문제
"세우습의간불견(細雨濕衣看不見), 한화낙지청불성(閑花落地聽不聲)"
은 당나라 시인 유장경(柳長卿)이 <<별엄사원(別嚴士元)>>에서 쓴 싯구이다.
일찌기 사람들은 이렇게 이 시를 이해했다.
1. 이것은 봄날의 아름다운 경지를 노래한 것이다.
2. 한화, 세우는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적막을 표시한다.
3. 간불견, 청불성은 아무 행위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염담(恬淡)의 처세지도를 의미한다.
4. 이런 경지는 이미 현재의 세계에 맞지 않는다.
제목은 스스로 붙이고, 체제는 한도가 없음. 글자수는 800자이상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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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007년 6월 7일) 치러진 올해 북경지역의 대학입시문제에서 논술(작문)문제가 화제이다. 당나라의 유명한 싯구를 내놓고 자유제목으로 글을 쓰게 한 것이다.
"세우(細雨)"는 가랑비이고, "한화(閑花)"는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피어있는 꽃이다. "세우습의"는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을 표현한 것이고, "한화낙지"는 조용히 피어있던 꽃이 지면서 땅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간불견(看不見)", "청불성(廳不聲)"을 보면 중국어의 묘미가 느껴진다.
"간"은 눈을 들어 보는 동작을 의미하는 것이고, "견"은 본 것은 눈을 통하여 머리가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간"이나 "견"이나 한국으로는 모두 "볼 간", "볼 견"이지만 그 의미는 이렇게 다른 것이다. 가랑비를 맞은 옷을 두 눈을 들어 쳐다보지만, 옷이 가랑비에 젖은 것인지 아닌지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모습, 즉, 옷에서 가랑비의 흔적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청"은 듣는 것이고 "성"은 소리나는 것이다. 일상에서 많이 쓰는 말은 "청불동(聽不憧)"이다. "청"은 듣는다는 것이고, "동"은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러시아사람이 말을 하면 그 말을 듣기는 하지만, 그 말이 무슨 말인지는 모른다. 이것을 "청불동(중국발음으로 팅부동)"이라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청"은 귀로 들으려고 하는 동작을 나타낸다고 보아야 하고, "성"은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꽃이 땅바닥에 떨어진다면 분명히 아파서 비명이라도 지르거나, 그 몸이 땅바닥에 내리는 무게로 인하여 어떤 소리라도 나야 할텐데, 귀를 쫑긋하고 기울여봐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다.
맞는 사람조차 맞았는지 안맞았는지 보이지도 느끼지도 못하게 내리는 가랑비같이...
다른 사람이 귀기울여도 땅바닥에 나동그라지는 아픔을 들리지 않게 하는 외로운 꽃과 같이...